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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반격도 막는데 고작 5천명에 수도까지…전쟁터 지뢰밭과 달랐던 러시아 민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2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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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그룹 용병과 사진 찍는 러시아 시민.EPA/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우크라이나 대반격을 막아내고 있는 러시아가 정작 내부적으로는 불과 수천 명 규모 용병 부대에게 수도까지 위협당하면서, 그 배경이 거듭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5일(현지시간) "48시간 동안의 반란은 강력한 서치라이트처럼 군부의 분열과 현 정권에 대한 국민 지지의 공허함, 흔들리는 정권 정당성을 비롯한 푸틴 정권의 어두운 속살을 비춰 보였다"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특히 프리고진이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은 시점으로부터 약 24시간이 지난 뒤에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본격 대응에 나선 데 주목했다.

푸틴 대통령이 일단 프리고진을 ‘반역자’로 규정했다면 즉각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맹방 벨라루스 도움까지 얻어가며 프리고진과 합의했다.

이에 휘하 군 조직이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 않을 가능성을 푸틴 대통령이 우려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바그너 용병들이 모스크바로 진군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정규군은 적극적으로 막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육군 남부 군관부 사령부가 위치한 로스토프주 로스토프나도누를 점령하면서 어떤 저항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폴리티코는 바그너그룹이 일부 러시아군 소속 헬리콥터를 격추한 것을 제외하면 누구도 이들 용병을 공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 최고위급 장성들이나 총리, 하원 주요정당 지도자, 모스크바 시장까지도 즉각 푸틴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지 않고 눈치를 보는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런 과정 덕에 프리고진은 불과 수천 명 병력으로 하루 만에 1000km가량을 주파해 모스크바를 위협했다.

2만 5000명으로 추정되는 바그너 그룹 전체 용병 가운데 이번 반란에 참여한 용병 수는 대체로 5000명, 많게는 8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서방의 대규모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 군에 비하면 ‘한 줌’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병력이다.

그러나 정작 우크라이나군을 지뢰밭과 참호 요새로 막아내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이 병력에 의해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에 더해 폴리티코는 "장기적으로 볼 때 더 중요한 건 국민의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로스토프나도누 주민들은 바그너그룹이 자신들이 사는 도시를 점령한 것을 규탄하기는커녕 물과 사탕 등을 건네주며 이들을 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는 "쿠데타와 혁명은 얼마나 많은 숫자가 궁전에 밀어닥치느냐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이가 그들을 옹호하느냐로 결정된다"며 "러시아 민중은 이번 반란의 결과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거나 오히려 그들을 환영했고 이는 (푸틴) 지지에 분명한 균열이 생겼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간 푸틴 대통령이 보여준 독재적 행보에도 많은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 대통령을 지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벌어진 ‘민심 균열’에 이번 반란은 더욱 충격을 가할 전망이다.

폴리티코는 이에 "반란은 이를 시작했던 자에 의해 끝났고 (푸틴의 권좌라는) 얼음은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것에 난 균열들을 볼 수 있다"고 표현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역시 이날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으로 괴물을 만들었고, 그 괴물이 지금 그를 물고 있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정치체계가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고 군부 권력에 금이 가고 있다"면서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요한 결과"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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