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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철회한 대어들, 실적 살펴보니 '다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25 12:00

오아시스·HD현대오일뱅크 등 실적악화 중



현대삼호중공업·컬리 등 이익 개선세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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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최근 수년간 기업공개(IPO)를 철회한 대어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여전히 높다. 증시가 다시 호황을 기록하면 언제든지 IPO에 나서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IPO를 철회한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을 살펴보니 수익성에 대한 희비는 엇갈렸다. 계획대로 상장을 진행했을 경우 고꾸라지는 실적에 곧바로 투심을 잃을 수 있던 기업도 있는 반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상장시장에서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는 곳도 있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주요 IPO 철회 기업 중 1분기 실적(연결재무제표 기준)을 공개한 7개 기업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이 실적 침체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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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상장 철회 기업 1분기 실적 추이. 단위=억원


그중 가장 큰 폭의 수익성 악화를 기록한 곳은 HD현대오일뱅크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7월 상장 계획을 접은 곳이다.

HD오일뱅크는 지난 1분기 7조3986억원의 매출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이 크게 훼손됐다. 영업익은 258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3.25%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934억원으로 전년대비 78.51% 감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 악화는 정유업계 전반에 걸친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 때문이다. 1분기 중 정제마진이 배럴당 1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국내 정유업체 대부분이 우울한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최근 정제마진이 회복 중이지만 제품가격 상승이 아니라 원유가격 하락에 따른 ‘갭’이 발생한 것으로 장기적인 추세로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결국 HD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철회한 것은 예비주주들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이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상황에서 상장을 했다면 공모투자 과정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상투’를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어 지난해 초 상장을 철회했던 케이뱅크도 올해 1분기 실적도 고꾸라졌다. 케이뱅크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20억원, 당기순이익 10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55.39%, 57.79% 줄었다.

케이뱅크의 당기순익이 줄어든 것은 충당금 적립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1분기 602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 배가 넘는 자금을 묶어뒀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따른 조치지만 만약 상장한 상황이었다면 주주들의 원망이 높았을 이슈다.

지난해 초 상장 계획을 접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캐출은 오르고 수익성은 낮아진 상황이다. 1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52.00% 오른 2조495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익과 당기순익은 모두 20~30% 가량 줄었다.

현대엔지니어링 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올해 들어 원자재 값 인상과 외주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중이다.

이어 올해 초 상장을 철회한 오아시스의 실적도 악화 중이다. 업계 유일의 흑자기업임을 강조하던 오아시스는 높은 구주매출과 낮은 보호예수 등의 문제로 상장을 철회한 곳이다.

오아시스의 경우 1분기 매출은 개선했지만 영업이익이 8억원에 그쳤다. 전년 1분기 대비 81.82% 줄어든 수치다.

반면 실적이 크게 오르면서 예비 투자자입장에서 아쉬운 곳이 있다. 바로 현대삼호중공업이다.

지난 1월 상장을 철회한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1분기 1조3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35.11% 개선한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익은 지난해 1분기 1195억원 적자에서 올해 576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익도 798억원 전자에서 491억원 흑자로 개선했다.

하지만 현대삼호중공업의 경우 코스피 상장사 HD한국조선해양과의 쪼개기 상장 이슈가 있는 곳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실적 개선에 따른 호재는 HD한국조선해양의 주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5월 상장을 철회했던 SK쉴더스는 실적을 유지하는 중이다. 1분기 매출액은 4283억원으로 1년만에 7.13%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규모는 2~4% 가량 감소했다.

한편 그동안 IPO업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 중 하나였던 컬리는 적자 규모를 크게 줄였다. 지난해 1분기 515억원이던 영업손실은 305억원까지 줄였고 당기손실규모도 552억원에서 331억원으로 낮췄다.

컬리는 그동안 ‘공헌이익은 흑자’라는 주장으로 상장을 추진하던 곳이지만 시장에서 바라본 기업가치가 크게 낮아지면서 상장 전 초기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힌 곳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컬리가 상장을 재추진하기 보다는 수익성을 개선해 기업가치를 회복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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