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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AFP/연합뉴스 |
연합뉴스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결국 자국군 대반격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진격이) 생각보다 느리다"면서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할리우드 영화처럼 여기고 당장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그렇게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목숨"이라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20만㎢에 걸쳐 지뢰를 깔아놓은 탓에 진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초 자포리자주(州),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등 동남부 지역에서 대규모 반격에 나섰다.
반격 초기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주, 도네츠크주 등 2개 지역에서 8개 마을을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며칠간은 러시아 측 저항에 부딪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남부를 굳건히 막는 러시아는 오히려 동부 지역에서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일일 상황 보고에서 "러시아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주에서 공격적 행동에 나섰다"며 "앞으로 긴 싸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도 국영 방송에서 "우리 군의 공세가 남쪽에서 여러 방향으로 계속되고 있지만, 러시아도 그들만의 공격 방향을 갖고 공세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말랴르 차관은 러시아가 특히 라이만, 바흐무트, 마린카, 아우디우카 등 도네츠크주 4개 지역 인근으로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보고에서 러시아군이 라이만 지역과 인근을 공격했지만 모두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루한스크주 일부는 러시아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전날자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루한스크주의 스바토베와 크레미나 지역 일부를 점령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또 월등히 앞서는 제공권을 활용해 후방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견제구도 지속적으로 던지고 있다.
이날 새벽에도 드론(무인기) 수십 대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서부 리비우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군이 이란산 드론 35대로 키이우 주변을 공격해 이 가운데 32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키이우에 대한 드론 공격은 2주 만이다.
이에 전쟁이 장기화되고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되찾지 못한 채 정전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전쟁이 장기화하더라도 우크라이나가 이른바 ‘동결 분쟁’(Frozen Conflict)을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결 분쟁은 군사적 대치 상황 자체는 지속되지만 직접적 교전은 중단된 상태로, 사실상 휴전을 의미한다.
6·25 전쟁 이후 한반도와 인도·파키스탄·중국 접경지인 카슈미르 지역 등지가 대표적 동결 분쟁 지역으로 꼽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반격이 얼마나 진전되든 간에 우리는 동결 분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동결 분쟁)은 결국 전쟁이고 우크라이나에 가망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