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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표 토론 무산?…양측 ‘방식’ 힘겨루기에 보름 가까이 공회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08 15:11

전문가들 "속내는 토론 성사시 따를 정치적 유·불리적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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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김기현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삼귀의례를 하며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여야 당대표가 TV토론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지 보름이 돼가지만 실무 협상은 물론 비공개회담 진행 여부를 두고도 의견차가 팽팽하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동 형식을 두고 입장 차이를 고수하고 있어 TV토론이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TV토론 후 1대 1 비공개 회담을 이어가자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공개 토론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개 토론을 주장하는 이 대표와 비공개 회동이 전제돼야 한다는 김 대표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회동을 위한 실무협의 과정에서 진실 공방까지 불거졌다.

정치권에서는 비공개 회동 여부를 둘러싼 입장차이는 단지 표면에 드러나는 이유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두 대표가 서로 정치적 유·불리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비공개 회동 여부를 내세워 대립하고 있다는 말이다.

김기현 대표 입장에서는 토론의 달인인 이 대표와 1대 1 대화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공개토론을 계기로 당내 리스크를 잠재우고 여론을 뒤집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토론을 둘러싼 여야 대표의 ‘동상이몽’이라는 뜻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완창(完唱)형 달변’으로 주목받았다. 명창 소리꾼처럼 별도의 원고없이 마이크만 잡고 이야기를 거침없이 풀어간다는 모습에서 붙여졌다. 대중 눈높이와 듣는 사람의 특성에 맞춘 쪽집게 화법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에서 타고난 달변가로 불리는 이 대표를 상대로 1대 1 토론을 나서는 김기현 대표의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김 대표를 두고 지도부 리더십 논란이 계속 거론되는 상황에서 공개 토론에서 조차 야당에 압도를 당한다면 당내 여론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이 대표가 워낙 토론 강자로 알려진 만큼 비교 당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공개 토론을 진행할 경우 김기현 대표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의 대표라는 상징성을 부각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나머지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적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TV토론이 여당을 압도해 당내 리스크를 불식시키고 총선 전 분위기를 끌어오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종훈 평론가는 "이 대표의 경우 토론에 대한 준비가 잘 돼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비공개 회동을 따로 두지 않고 100% 공개 토론으로 진행하자고 할 수도 있다"고 봤다.

박상병 교수는 "이재명 대표도 당내 위기인 상황이지만 TV토론을 발판 삼아 국민들 앞에서 정책적 아젠다나 당 운영 방향 등을 어필하면서 여론을 움직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기현 대표는 전날 확대 당직자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와의 정책 토론과 관련해 "대화는 논쟁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자꾸 대화는 안 하고 논쟁만 하자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TV토론도 좋고 국회 로텐더 홀에 의자 하나 놓고 만인이 보는 가운데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길 바란다"며 "자꾸 앞으론 하자고 하면서 뒤로는 미루는 느낌"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초 여야 대표의 회동 이야기가 거론된 건 김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서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했다 거절당한 사실을 뒤늦게 언론에 알리면서였다.

김 대표는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가진 출입 기자 티타임에서 "며칠 전(23일)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서 옆자리에 앉아 ‘얼굴을 한번 봅시다. 밥이라도 먹고 소주를 한잔하든지’ 그랬더니, (이 대표가) ‘국민들이 밥만 먹으면 안 좋아해요’라고 그랬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은 김 대표가 지난 3월 취임 후 각종 행사에서 이 대표에게 여러 차례 식사 등 회동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가 거절해왔다고 전했다.

이에 민주당은 김 대표가 지난달 2일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현안을 주제로 한 공개 토론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진척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튿날인 5월 26일 이 대표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비공개 식사 회동’을 제안한 김 대표에게 ‘공개 정책 대화’를 역제안했다. 이에 김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정책 관련 공개 TV토론과 비공개 일대일 회담을 동시에 추진하자고 화답했다.

두 대표가 회동에 합의하면서 양당 정책위의장 및 당 대표 비서실장으로 구성된 실무협의체가 구성됐다.

실무협의체는 공개 정책 토론 시 주제에 제한을 두지 말자는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비공개 회동을 할지 여부를 놓고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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