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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바(사진=로이터/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온스 당 1950달러가 무너지며 한동안 조정을 나타내던 국제 금 가격이 최근 재차 반등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매파적 행보, 부채한도 협상 난항에 따른 채권 금리 상승으로 하락세를 보여왔지만 최근 들어 채권 금리가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심리 역시 개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연준의 비둘기적(금리인하) 행보 기대감에 따라 금 가격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봤다. 금투업계에서는 금값이 올해 초 기록한 온스 당 2050달러를 넘어서 ‘귀하신 몸’의 지위에 다시 한번 도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 지난달 온스당 2000달러 꺾이며 조정
3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일대비 5달러(0.25%) 상승한 온스당 1982.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 3월 실리콘벨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심리가 안전자산 선호심리 확대로 이어지며 8월물 금 가격은 지난 5월 4일 온스당 2055.70달러를 기록하며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국채 및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금 가격은 지난 5월 16일 온스당 2000달러가 무너진 1993.00달러를 기록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 25일 금 가격은 1943.70달러까지 밀리며 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1980달러선을 회복했다.
이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에 정치권의 잠정 합의에 따른 타결 기대감이 미국 국채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26일 3.85%에 육박했으나 31일인 3.66%을 기록했고, 2년물 역시 4.59%에서 4.43%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채 금리가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은 줄어드는 이자 수익 보다 금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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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거래소 |
◇ 美 금리하락 사인에 금값 지지선 회복
다니엘 멕카시(Daniel McCarthy) 데일리FX 투자전략가는 "금값은 지난달 말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국채 수익률이 완화되면서 더 견고한 지지선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금 가격이 상승하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오름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31일 종가기준 ‘KODEX 골드선물(H)’은 전 거래일 대비 1.48% 오른 1만2725원에 거래를 마쳤다. 1일도 주가는 플러스 행보를 나타냈다. 이어 ‘TIGER 골드선물(H)’은 1.00% 뛴 1만3645원, ‘TIGER 금은선물(H)’은 1.30% 뛴 9765원에 장을 마쳤다.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와 ‘ACE KRX금현물’도 각각 1.82%, 1.44% 상승한 1만7035원, 1만1975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둔화가 본격화 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리면서 금에 대한 수요회복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키움증권은 귀금속 섹터에 대해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하반기 추가 상승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기축통화 달러의 대체재라는 성격 있어 기본적으로 달러가치와 연동해서 움직인다. 달러가치가 하락할 경우 금 가격은 상승한다"며 "하반기 미국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을 앞두고 금 가격은 미 국채금리 하락과 함께 상승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달러 대체제 부각… 상승 압력 우세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금 투자자들은 고(高)물가 고착화 속 적정 가격 레벨을 고민할 전망"이라며 "연준의 긴축 종료 동시에 완화 정책 전환 기대가 중장기 귀금속 섹터의 하방경직성을 높이고, 물가를 조정한 실질 금 가격은 온스당 2550달러 수준까지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역대 최고치 경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고강도 통화 긴축의 여파로 하반기 미국 경제의 역성장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개연성이 높다"며 "특히 지금처럼 경기는 위축되고 물가의 하락 폭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면에서 금은 중장기적으로 내재적 가치가 보존된다는 점이 매력적인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전 연구원은 "금 가격은 하반기에도 상승 압력이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시장이 미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있는 점은 부담스럽지만,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며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미 달러가 하반기 중 약세 흐름을 보인다면 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paperkiller@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