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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야심찬 'CEO 육성 프로그램'...새 이정표 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31 16:28

조병규 우리은행장 내정자,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 1호 CEO



코칭(학습)과 연계해 후보자 역량 키우고 성향 판단



타 금융사, 내부 경영승계 절차 가동...외부 영향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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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과 객관성은 높이고 전문성을 보강할 수 있도록 CEO 육성 프로그램을 전면 개편했다. 이번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향후 행장 후보군이 되는 본부장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최소 50시간의 교육과 내부, 외부 평가를 실시해 우리금융을 대표하는 인사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KB, 신한, 하나금융 등 다른 금융지주사의 경우 이미 우리금융과 비슷한 CEO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기 때문에 우리금융의 이번 시도가 기존 금융사의 CEO 인선 구조를 바꾸는 파급효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3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정수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상무는 "우리나라 금융권에서는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내부 논의만으로 은행장을 포함한 주요 자회사 대표를 선임하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그러나 우리금융은 절차적 투명성, 전문성을 높이고 금융지주 회장의 독단적인 판단을 최대한 배제하도록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도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통해 뽑힌 인물이다. 우리금융은 3월 말부터 이달까지 64일에 걸쳐 조 내정자를 포함해 총 4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 4단계의 은행장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분야별 전문성, 사회적 명망을 갖춘 평가단을 꾸려 후보자 역량 평가, 전문가 코칭 및 경험 공유를 통해 4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CEO 역량을 키우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외부 전문가 평가를 실시할 때는 1인당 8시간, 4명의 인물을 대상으로 총 32시간의 인터뷰를 할애했으며, 단답형 질의응답이 아닌 심도 있는 주제 논의, 연속된 질문 형태를 통해 후보자의 내재된 역량, 성향을 다각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상사, 동료, 부하직원들을 대상으로 4명의 후보군의 다면평가(평판조회)도 실시했다.

이 상무는 "상사, 동료, 부하직원들을 대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이슈는 없었는지, 직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치명적 결격사유는 없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며 "은행에서 순환근무를 하다보면 경쟁 기능에 놓여있는 관계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운 만큼 평판조회 대상자를 발굴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분간 이러한 CEO 육성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곳은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등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금융의 실적에서 우리은행의 의존도가 큰 만큼 향후 그룹 내 순이익 비중이 커지는 자회사에도 해당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이 상무는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 여수신을 기본 업무로 하는 곳은 우리은행에서 경영 능력이 입증된 인물이 CEO를 맡고 있고,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에 본업을 두고 있는 CEO는 은행 출신 인사가 한 명도 없다"며 "외부 전문가가 필요한 자회사는 그에 맞는 인선 절차를 가동할 방침이나, 향후 새롭게 손익 비중이 커지는 회사도 있을 수 있어 (CEO 육성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회사를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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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 종료 후 은행장 후보자 4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왼쪽부터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임종룡 회장, 조병규 은행장 최종 후보자,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현재도 각 금융지주사들이 내부적으로 CEO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만큼 우리금융의 프로그램이 타사로 확산될 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절차나 세부 프로그램은 일부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금융지주사들이 내부 추천 인사, 외부 추천 인사 등으로 후보군을 추린 후 다각적인 절차와 검증을 거쳐 임원 혹은 CEO를 선임한다"며 "우리금융의 사례가 다른 지주사와 비교했을 때 특별히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KB금융의 경우 회장 임기 만료 등으로 경영 승계 절차가 필요한 경우 최소 2개월 전에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고, 매반기 상시 관리하는 회장 후보자군(롱 리스트)을 평가해 최종 후보자군(숏 리스트)을 선정한다. 이어 후보자 역량, 자질 등에 대한 논의와 투표 절차 등을 거쳐 숏 리스트 가운데 최종 후보자 1인을 선정한다. 이에 우리금융의 CEO 육성 프로그램은 조병규 우리은행장 내정자의 역량, 전문성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이번 프로세스는 그룹 내부적으로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차기 우리은행장을 선임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며 "각 사별로 처한 상황이나 인사 절차 등이 상이하고, CEO에 따라 조직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대부분의 지주사들이 투명하고 전문성 있는 인물을 CEO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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