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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규 우리은행장 내정자.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이은 그룹 2인자인 차기 우리은행장에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가 발탁되면서 우리은행의 영업력 강화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가 임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이뤄진 우리은행장 인사에서 기업영업에 전문성을 갖춘 조병규 내정자를 발탁함에 따라 ‘지주는 전략, 계열사는 영업’을 중시한다는 임 회장의 경영 방침에 방점을 찍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금융그룹은 증권, 보험 계열사가 없어 우리은행의 실적이 곧 우리금융지주의 실적인 만큼 임 회장과 조 내정자가 어떠한 호흡을 보여줄지도 관심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병규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지난 3월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로 선임된 지 불과 2개월 만에 우리은행장으로 내정됐다. 계열사 대표가 취임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행장으로 다시 발탁되는 것은 금융지주사 전체로 봐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우리금융이 이러한 모험을 강행한 것은 오직 조 내정자의 영업력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1965년생인 조 후보자는 2012년 본점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2014년 대기업심사부장, 2017년 강북영업본부장을 거쳐 2022년 기업그룹 집행부행장을 역임했다. 지점장 초임지였던 상일역지점을 1등 점포로 만들었고, 본점 기업영업본부 기업지점장 근무 시에 전 은행 KPI(성과평가기준) 1위와 2위(2013, 2014)를 각각 수상하며 영업역량을 입증했다.
임 회장은 관 출신으로 상생금융, 중소기업 지원 등에 관심이 많은데, 조 내정자가 과거 이러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점도 이번 인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조 내정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책을 시행한 공로로 2022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중소벤처기업 금융지원상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또 조 후보자는 2018년 준법감시인에 선임돼 2년간 우리은행 준법감시체계를 확대 개편하는 등 우리은행의 준법감시체계를 강화했다. 자추위는 조 내정자에 대해 "기업금융 강자로 우리금융을 도약시키겠다는 임종룡 회장과 원팀을 이뤄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영업력을 극대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조 내정자가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발탁된 행장인 만큼 임 회장은 물론 그룹 안팎에서 조 내정자를 향한 기대치도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금융은 증권, 보험 계열사가 없고, 작년 말 기준 우리은행이 그룹 전체 순이익의 84%를 차지할 정도로 은행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지주사에 비해 행장이 가진 무게감과 책임감도 막중하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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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 |
조 내정자는 7월 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직후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조 내정자는 취임 이후 영업력 강화, 비이자이익 확대, 내부통제 강화, 건전성 관리 등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는 글로벌, 디지털 강화 등을 꼽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의 가장 큰 화두는 건전성관리, 비이자이익 확대"라며 "다만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비이자이익 비중을 무조건 늘리기보다는 이자이익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5대 시중은행의 실적은 대손충당금, 판관비 등 비용에서 좌우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경영 효율화를 이뤄내는 것도 조 내정자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는 은행 간에 순이익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은행별 실적 순위보다는 은행이 분기 혹은 연간으로 투입되는 비용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인지, 미래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측면인지 등이 더욱 중요하다"며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한 노력들, 디지털과 글로벌 강화 등은 모든 은행의 화두"라고 밝혔다.
아울러 조 내정자는 재임 기간 임 회장과 함께 우리은행, 우리금융의 기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자추위는 조 내정자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중재안을 함께 도출하면서 새로운 조직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는데, 이러한 기대감에 부응하는 것도 조 내정자의 과제 중 하나인 셈이다. 조병규 내정자는 최종 후보자로 추천된 직후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名家)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라며, 임종룡 회장과 함께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