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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DB하이텍 주가에 소액주주 민심 '부글부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25 14:27

5월 삼전·하이닉스 강세에도 DB하이텍의 주가는 뒷걸음질...PER는 저평가



"모기업의 연말 주식 매수 위한 주가 억누르기 가능성" 지적 나와



IR도, 주주환원정책도 없어...행동주의펀드 공개 목소리 나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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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상우 캠퍼스 내부 모습. 사진=DB하이텍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최근 투자자들이 DB하이텍에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연내 반도체 업황 반등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DB하이텍의 주가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모기업인 DB측이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DB하이텍의 주가를 억누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별다른 기업설명(IR) 활동이나 주주친화정책이 부재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작년부터 소액주주들이 연대하고, 올 3월 행동주의펀드가 3대 주주에 오르는 등 주주를 중심으로 주가가치를 부양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의 주가는 지난달 16% 넘게 빠진 데 이어 이달에도 2%가량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훈풍’의 혜택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이달에만 5% 이상 오르고, SK하이닉스가 14% 이상 오른 끝에 이날 10만원선을 탈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DB하이텍의 ‘저평가’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재 DB하이텍의 주가수익률(PER)은 5~6배 수준으로, 국내 증시 반도체 관련주 평균 PER(8.73배)에 미치지 못한다. 작년 연간 기준 무려 46%에 달하는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음에도 좀처럼 주가가 성장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나마 지난 2월까지 4만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 매입 소식으로 3월 한달에만 60% 가까이 치솟아 7만원을 넘어섰지만, 그마저도 4월부터 하락세가 계속되며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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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5월 24일 DB하이텍 주가 추이. 자료=구글


금투업계에서는 DB하이텍의 지배구조 이슈를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분위기다. DB는 현재 DB하이텍의 1대 주주(12.42%)이자 과거 지주사였다. 그러나 작년 말 DB하이텍의 주가가 3만7150원으로 마감하자, DB가 보유한 DB하이텍의 투자 주식가치가 2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져 지주회사에서 탈피하게 됐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전환되려면 매년 말 기준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DB하이텍의 주가가 다시 5~6만원대에 돌아오며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 주가가 연말까지 지속돼 공정거래법상 요건을 만족할 경우, 모기업인 DB가 다시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DB하이텍의 주식을 30% 이상 보유해야만 한다. 즉 18%에 가까운 DB하이텍의 주식을 수천억원을 들여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부담을 느낀 DB 측이 일부러 DB하이텍의 주가 상승을 억누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DB하이텍이 IR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투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주주나 증권가 애널리스트와의 미팅에 미온적이며, 따로 기업설명회를 하지 않고 있다. IR 부서가 따로 없다는 말도 전해진다. 이 때문에 세계 10위권 내에 드는 파운드리임에도 불구하고 DB하이텍을 다룬 증권사 리포트를 찾기 힘들다. 올해 DB하이텍을 단독으로 다룬 증권사 리포트는 지난 3월 다올투자증권에서 나온 한 편이 유일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DB하이텍을 따로 커버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커버를 하지 않으니, DB하이텍의 주가 현황에 대해 따로 코멘트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DB하이텍과 투자자들 간의 사이도 멀어지고 있다. DB하이텍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팹리스 부서의 물적분할 건을 놓고 소액주주들과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주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물적분할 안건을 독단적으로 상정·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이외 자사주 소각이나 별다른 배당 확대가 없다는 점도 반감을 사고 있다.

현재 DB하이텍은 올해 실적과 관련, 부가가치 및 성장성이 높은 고전압 전력반도체 생산 비중을 늘려 불황을 타파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주주들도 지난해부터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를 결성하고, 지난 3월 행동주의 펀드인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I, 일명 강성부펀드)가 DB하이텍의 지분을 인수해 3대 주주로 올라서며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배구조 관련 이슈 등 일부 주주들이 DB하이텍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추후 주주활동 계획은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잇따른 주주들의 불만에도 DB하이텍 측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주가는 시장 심리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고, 기타 영향 요소가 많아 답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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