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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김기령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으로 변동성 장세를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 기대감이 현실이 되면서 연초 2200선에서 2500선까지 올랐지만, 2400선 중반을 저점으로 상단이 제한되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 초 증권가에서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예상한 만큼 국내 주요 5곳의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하반기 증시 전망과 투자전략을 들어봤다.
◇ 코스피 2800선 돌파 어려워…상단 2780 하단 2200
26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삼성증권과 교보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의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의견을 취합한 결과 올해 하반기 증시 예상치로 최고 2780포인트를, 하단은 2200포인트로 집계됐다.
대신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밴드로 2380∼2780포인트를 제시하면서 5곳의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상단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수출 경기 회복 등의 영향으로 3분기 중 코스피가 27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2200~2600포인트로 가장 낮은 하단을 제시했다. 교보증권과 하나증권의 하반기 코스피 예상밴드는 각각 2350~2650, 2300~2700이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국내 증시는 5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과 이후 동결까지도 주가수익률에 반영됐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은 기준금리 인하까지도 반영했기 때문에 증시는 낮아진 변동성 지수가 평균으로 상승하는 과정에서 조정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 28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센터장들은 신중한 모습이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6월 패닉 당시 떨어진 주가 갭을 메워야만 2600선 상단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올해 바닥을 찍고 ‘퀸텀점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4분기 경기와 금리 경로에 대한 연준 사이의 극단적 시각차와 내년 기업 실적과 코스피 예상 영업이익 간의 갭을 채우는데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금리인하가 시행되는 것은 통제가 어려운 경기침체 이슈가 등장한 때"라면서 "여전히 높은 금리 상황이 유지되고 단순히 유동성 효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거품에 해당하는 만큼 단기간 2800선 도전은 비현실적이다"고 관측했다.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800선 돌파 시도는 가능하겠지만, 안착 또는 레벨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면서 "3분기 중반 이후에는 중국 경기 회복보다 미국, 유럽 경기 침체 영향력 강화, 증시 하방 압력 확대 변수 금리인하 기대 등은 하방경직성을 높여주는 변수로 작용하면서 4분기 박스권 등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형주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중단되면 시장의 긴장감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면서 "보다 중요한 것은 실적 추정치의 상향 여부인데, 지금과 같이 자동차와 은행 등 대형주 실적이 견고한 상황에서는 반도체의 턴어라운드(실적개선)가 실현돼야만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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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에너지경제신문DB |
◇ 반도체 3분기 부활 가능성↑…이차전지 저평가 종목 노려야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심리도 개선된 상태다. 삼성전자의 20% 이상 감산에 따른 공급축소 효과로 하반기 글로벌 D램(RAM)과 낸드(NAND) 수급 개선이 예상되면서다. 센터장들은 하반기에도 반도체 종목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윤 센터장은 "D램과 낸드 재고가 소진되고, 인공지능(AI) 고성능 제품 수요가 시작되면서 반도체는 업체별로 1분기 또는 2분기에 손익의 저점을 지날 것"이라면서 "경기가 회복해 기업투자가 늘고 전방 수요가 좋아지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내 반도체 주식의 본격 반등은 이보다 앞선 올해 하반기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센터장은 "낸드플래시 세계 2위 키옥시아(Kioxia)와 4위 웨스턴디지털(WDC)의 합병 등으로 낸드 수급 개선 기대감과 업종 강화 이벤트가 나타나고 있다"며 "3분기 반도체 산업 내 공급조절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다만, 수요회복이 뚜렷하게 나타날 때까지는 강한 반등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황 센터장은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 시기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인데, 현재 시점에도 수요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이 포착되지 않았다"며 "수요 회복이 확인된다면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뚜렷한 상승세로 전환한 이후에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반등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상반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광풍이 불었던 이차전지 종목에 대해서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기업 가치)이 과대평가 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센터장은 "이익 및 시가총액 비중은 과거 여러 성장주에도 맞물리던 공식"이라면서 "이차전지 종목이 모멘텀을 얻기 위해서는 현재 3배까지 벌어진 이익 비중이 시총 비중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국면을 거쳐야 상승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센터장도 "5개월 간 지속됐던 리튬 가격 하락은 3분기까지 양극재 판가에 부담인 만큼 메탈가격 변동에 따른 낮은 위험도를 지닌 밸류체인 투자 전략이 중요하다"며 "5월초 리튬 가격 반등이 수요 회복인지 칠레의 리튬 국유화 선언에 따라 단기 심리적인 반등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정책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현지 진출과 공장 증설이 지속될 예정인 만큼 이차전지 종목의 성장성은 기대할 부분이다.
김 센터장은 "2차전지 산업의 성장에는 의문이 없지만, 미래가치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위치에 주가가 놓인 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주가수익률로써 산업과 기업을 볼 것이 아니라 기업의 실질 변화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중 확대 의견도 있다. 정 센터장은 "올해 년 연간 중국 EV 시장의 성장 둔화에도 불구, 유럽의 회복과 미국의 가파른 증가세로 전방 수요는 우려 대비 견조하다"며 "연초 이후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부담 대두되고 있으나, 최근 발표되는 신규 수주들이 중장기 실적 추정치 상향으로 이어지며 펀더멘탈은 더욱더 강화되는 중인 만큼 하반기에도 IRA발 북미 중심 신규 수주 및 증설 모멘텀 유효하다는 판단, 업종 투자의견 비중확대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 AI·로봇 ·자동차·IT 주목…추격보단 분할매수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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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센터장들은 하반기 주식 비중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딜링룸. 연합 |
리서치센터장들은 하반기 주식 비중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센터장은 "아직 매크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무리한 매수보단 저평가되고 실적 가시성 높은 종목 중심으로 분할매수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 센터장도 "최근 증시서 개인 수급의 급격한 유출은 전량 매도되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의 여파가 주요 요인"이라며 "CFD 사태의 후폭풍으로 인한 주가 하락은 일반 신용 융자 잔고의 축소를 초래했고 시장의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현재 시장은 12개월 선행 밸류에이션 상으로 고평가된 레벨에 위치에 있고, 투심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매수 시에도 손절을 감안하거나 짧은 호흡의 매매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김 센터장은 "하반기에는 추격 매수할 만큼 주식시장이 급진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시대에는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을 줄여야하는 이유가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도 "향후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원화 약세 압력도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코스피 시장 수급 주도권은 다시 외국인이 가져갈 전망"이라면서도 "추격매수보다는 단기 변동성을 활용한 비중확대와 분할매수 전략 권고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유망 업종으로는 인공지능(AI)이 가장 많이 나왔다. 하반기 경기 반등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기와 무관한 업종에 대한 선호를 높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밖에 로봇, 엔터, 바이오, 자동차, IT 등이 꼽혔다.
이 센터장은 "하반기 AI에 대한 방향성은 명확하다"며 "인터넷 등장이 인터넷 자체보다 여러 산업의 태동을 불러 일으켰듯 다방면에서 여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AI를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황 센터장은 "현재 시장은 침체를 염려하는 등 단기간에 상황이 좋아지기는 어려워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정책 드라이브의 공통 분모 업종에 투자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좋아 보인다"며 "해당 업종으로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원격진료, 노동력 부족 사태를 해결할 AI와 스마트팩토리, 로봇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탑다운(Top-down) 관점에서 도출한 하반기 전략 대안은 실적 모멘텀을 보유한 중대형·퀄리티 성장주"라며 "자동차와 IT 하드웨어, IT가전(2차전지), 조선, 바이오, 소프트웨어, 엔터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