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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연초 이후 자사주소각을 결정한 상장사가 작년에 두 배로 늘어났다. 이들 기업의 주가 역시 변동성 장세에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책임경영을 중요시 하는 ESG(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최근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식 소각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내놓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 주식소각 결정 53건… 개미들은 환영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연초 이후 이날까지 ‘주식소각결정’ 공시 건수는 53건(코넥스 태양3C 제외)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6건(코넥스 볼빅, 비상장사 엔에스쇼핑 제외)의 두 배다. 5월로 기간을 좁히면 이달에 공시된 주식소각결정 건수는 9건으로 작년 5월 2건 대비 7건(350%)이 증가했다.
이날 토비스는 기취득 자기주식 15만주(11억6977만원어치)를 오는 6월 15일 소각 한다고 공시했다. 또 KG케미칼은 14억770만원 규모의 자사주 7만214주를 오는 8월 8일 소각 한다고 밝혔다. 셀바이오휴먼텍과 디지털대성도 각각 42억원, 60억원 규모의 주식을 소각 하겠다고 공시했다.
자사주를 소각한 기업들 주가도 대체로 긍정적 흐름을 나타냈다. 5월 중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기업 9개 중 5개 종목이 공시전일 대비 주가가 상승했다. 특히 토비스는 오후 1시 40분 1만2340원을 기록했던 주가가 오후 1시 55분 주식소각 공시를 내놓으면서 2시 5분에 1만2900원까지 뛰기도 했다.
또 19일 종가 기준으로 보면 현대엘리베이터가 29.27%가 급등했고, 제우스(6.34%), 컴투스(3.48%), KG케미칼(0.89%), HL홀딩스(0.45%)가 상승했다. 반면 모베이스(-5.51%), 디지털대성(-2.24%), 셀바이오휴먼텍(-1.26%)등은 하락하며 대조를 이뤘다.
◇ 책임경영 위해 대기업들도 적극적
자사주를 소각은 기업들의 책임경영에 대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지난 2월 신한금융그룹은 올해 주주환원의 일환으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한 바 있으며 지난 3월 28일 1366억원어치를 소각 완료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주주가치 증대와 주주들의 신뢰 향상을 위해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바 있다. 이미 현대차는 보유중인 자사주 중 발행 주식 수의 1%에 해당하는 315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지난 2월 3일에 소각했다. 기아의 경우 향후 5년간 연간 5000억원씩,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중장기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올해 5000억원어치 주식을 매입했다. 기아차 측은 향후 자사주 매입분의 50%는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주주 권리" 행동주의 펀드 실력행사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도 자사주 소각 증가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비와이씨(BYC)에 서한을 보내 2조원 규모의 투자부동산 중 5%인 1000억원을 매각해 자사주매입 및 소각을 할 경우 주주환원 우려를 해소함에 따라 밸류에이션 멀티플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사주 소각은 소각하는 규모만큼 잠재적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주당순이익(EPS) 상승으로 이어진다. 또 자사주 소각의 경우 재무적인 안정성이 뒷받침 돼야 하는 만큼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도 역시 상승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자사주 소각 건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자사주매입 건수 대비로는 소각 비중이 낮은 게 현실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사주 취득 공시 건수는 67건, 코스닥 시장은 129건으로 나타났다. 이를 더하면 총 200건이 넘는다. 하지만 지난해 자사주를 소각한 공시 건수는 100건을 밑도는 만큼 여전히 소각 보다는 보유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다.
이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연 주주 이익 극대화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주주의 권리를 외면해왔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이로 인해 붙여진 낙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주들의 권리 향상 요구에 응답할 것"이하며 "지배구조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 환원이 진행되면 한국 증시도 오랜 오명에서 벗어나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