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오세영

claudia@ekn.kr

오세영기자 기사모음




[기획] 정치가 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시찰단 과학적 안전성 확인해도 정서상 국민불안 해소 쉽잖을 듯"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21 15:40

韓 시찰단 22일부터 시찰…ALPS 처리 오염수 농도분석 집중 확인



유국희 시찰단장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명하면 국민 신뢰할 것"



전문가 "직접 채취 불가·민간 전문가 배제 등으로 우려 불식 힘들어"

2023052101001113400054071

▲후쿠시마 원전 전문가 현장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 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시찰단 구성과 현지 일정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관련 우리 정부 시찰단이 22일부터 현지에서 점검에 나서지만 국민 불안을 한번에 해소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처리 과정을 점검할 한국 정부 시찰단은 21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한국 시찰단은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현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출 계획과 관련한 시찰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단장을 맡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과학적 접근을 통해 우리가 본 것이 뭔지, 추가 확인할 게 뭔지 충분히 설명하면 국민도 많이 신뢰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시찰단이 별도의 오염수 시료를 채취하지 않고 민간 전문가가 시찰단에 포함되지 않아 오히려 일본 정부에 방류 면죄부만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원전 전문가들은 오염수를 방류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 등 다른 일각에서는 일본 해역과 근접한 만큼 방류되는 오염수가 누적되면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8.jpg


◇ 韓 시찰단 22일부터 시찰…ALPS 처리 오염수 농도분석 등 집중 확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파견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에서 가진 양국 정상회담에서 결정됐다.

시찰단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고 모두 21명으로 구성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전·방사선 전문가 19명,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이 포함됐다.

일본 방문 일정은 이날부터 26일까지 5박 6일이지만 입·출국일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시찰은 22∼25일 나흘간 이뤄진다.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시찰단 점검 계획과 관련해 "도쿄전력 및 경산성 관계자들과 기술회의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의 전반적인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또 "다핵종제거설비(ALPS), 해양방출 설비의 설치상태와 성능 점검 결과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화학분석동에서 이루어지는 ALPS 처리 후 오염수의 농도 분석결과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22일에는 도쿄전력, 경산성,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회의·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시찰단은 23∼24일 이틀간 후쿠시마 제1원전을 찾아 오염수 관리 실태를 직접 확인한다.

25일에는 현장점검 내용을 바탕으로 일본 측과의 심층 기술 회의와 질의응답이 예정돼 있다.

시찰단은 오염수 속 방사성 물질 정화 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해양 방출 설비 설치 상태, 화학분석동에서 이뤄지는 ALPS 처리 오염수의 농도분석 결과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분석 보고서는 오는 6월 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오염수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설치된 1060개의 저장탱크에 담겨 있다. 지난 2011년 사고가 발생한 뒤 계속 열을 내는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주입한 냉각수와 원전 부지로 흘러드는 빗물, 지하수 등이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돼 모아져 있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올 여름부터 30~40년에 걸쳐 바다로 방류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21년 오염수를 방류를 결정하자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인접 국가의 해양환경을 비롯해 인체와 수산물에 많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이 떠들썩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제1차장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과 관련해 "그동안 정부에서 과학적, 기술적 검토를 해왔고 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현장확인도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시찰단 활동 이유를 설명했다.

67.jpg


◇ 전문가 "직접 채취 및 검사 불가·민간 전문가 배제 등으로 우려 불식 힘들어"

정부 시찰단이 일정을 마무리 하고 과학적 안정성을 입증했다고 해도 국민들의 불안함을 씻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찰단에 민간전문가가 포함돼 있지 않은데다가 직접 오염수를 채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가장 중요한 이 두 가지 조건 때문에 결국 우려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직접 분석해 독자적으로 오염수를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닌 일본과 IAEA 입장만 존중하는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시찰단 활동을 두고 여야간 의견 충돌이 격화됐다.

여당은 후쿠시마 시찰이 특례적 기회라고 강조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아무래도 이번에 한일관계가 정상화되면서 국민적 우려가 있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해서 정말 국가 간의 협력 차원에서 (일본 측이) 이렇게 어쩌면 특례적인 이런 기회를 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는 ‘후쿠시마 오염수 1ℓ를 마실 수 있다’고 주장한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국회에서 ‘방사능 공포 괴담과 후쿠시마’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앨리슨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1L 정도) 물을 마신다고 해도 2주 정도가 지나면 영향이 완화될 것이고 이후에는 더 마실 의향도 있다. 10배 정도의 물도 마실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야당은 오염수의 위험성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한 현장 시찰에만 그친다면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활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들러리’가 될 수 있는 만큼 검증하는 시늉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과 관련해 "지금처럼 일본 눈치만 살피며 검증 시늉만 하다가 우리 또한 오염수 테러, 방사능 테러에 공범이라는 지적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히로시마로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반대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을 단호하고 명확하게 천명하라"고 요구했다.


claudia@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