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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윤하늘 기자] "연금 시장은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입니다. 원금 보장형 상품에 몰린 자금이 자본시장에 들어오려면, 자산배분형 펀드를 도입하고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제도 개선이 선결돼야 합니다."
창간호를 맞아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임기 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한 연금시장 질서 개편을 꼽았다. 퇴직연금이 금투사들의 주요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고, 금융선진국의 연금시장에서도 금투업계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 제도의 개선도 이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서 회장은 "금융투자사들의 해외진출에도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며 정부·금융당국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을 포함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싱가폴·인도네시아를, 서 회장도 자산운용사 CEO들과 프랑스·이탈리아 시장을 둘러보고 온 만큼 관련 규제 개선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서 회장과의 일문일답.
- 어느새 취임 100일을 훌쩍 넘겼다. 임기 내 ‘이것만은 꼭 이루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면
▲ 그간 회원사 CEO로 재직하면서 협회를 오래 봐왔지만, 협회장이 되어보니 협회의 역할이 많다는 것을 몸소 체감 중이다. 협회는 여러 이해당사자·관계자와의 의견 조율 및 협의 과정이 중요한 만큼, 사장단 회의 등을 통해 많은 회원사로부터 지속적으로 의견을 청취하고 제도개선 등에 노력 중이다.
공약은 회원사와의 약속인 만큼, 공약사항을 중심으로 향후 업무계획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보완·추진 중이다.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일들이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제도 개선을 통한 자본시장 중심 사적연금시장 성장’을 꼽을 수 있다. 연금시장은 국민·국가적으로 중요한 어젠다일 뿐 아니라, 공모펀드 활성화 등 대부분의 금융투자회사의 비즈니스와도 깊은 연계점을 가지고 있다.
- 금투업계의 퇴직연금 시장 발전 방안이 있다면
▲ 최근 금투협이 회원사 CEO들로 대표단을 구성해 해외 시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인 NPK(New Portfolio Korea)을 통해 프랑스·이탈리아를 다녀왔다. 특히 프랑스는 최근 정년을 연장하는 연금개혁을 단행했는데, 당시 법안 통과와 관련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프랑스도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국민의 노후와 향후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해 연금개혁을 실시했는데, 이처럼 두 나라의 정서는 사뭇 다르지만 ‘안정된 노후’를 위한 국민의 염원은 동일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역시 국민 노후를 위해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사적연금이 성장해야 하고, 관련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은행의 원리금 보장형 상품만에 머무르던 자금들이 안심하고 자본 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주식·채권·대체자산에 잘 분산투자돼 시장변동성을 줄인 ‘자산배분형 펀드’가 도입돼야 한다. 추가적인 수익을 원하는 경우, 이 자산배분형 펀드를 디딤돌로 삼아 위험자산에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투자가 필요하다.
세제 혜택 확대를 통해 충분한 연금수령이 가능토록 지원하는 것도 필수 과제다. 현재 1800만원(세액공제 900만원)인 연금 추가 납입한도를 3600만원(세액공제 1800만원)까지 대폭 확대하고, 퇴직소득세 감면 등도 요구된다.
- 공모펀드의 역할 강화도 주요 공약으로 삼았는데
▲ 공모펀드는 일반 국민이 자본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대표적인 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사모펀드·상장지수펀드(ETF) 등 여러 금융상품의 성장세가 가파른 반면, 공모펀드는 일부 정체된 모습이다.
그러나 공모펀드도 일반국민들이 자산관리 및 노후 대비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이며 △전문가(펀드매니저)를 통한 효율적 운용 △분산투자를 통한 변동성 축소 등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손익차등펀드, 성과보수형펀드 도입 등 투자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단 ETF에 대비되는 일반 공모펀드의 단점(낮은 접근성, 고비용 등)은 ETF를 벤치마크해 최소화할 필요성도 있다. 일반 공모펀드의 상장(ETF화) 등을 통한 장내거래 활성화 및 경쟁력 강화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뮤추얼펀드의 ETF 전환(합병 또는 구조변경)을 통해 기존 펀드의 규모 및 실적을 활용하고, 투자자의 환금성과 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 금투사들의 해외진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주요 관건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 우선 △적극적인 해외진출 도전정신 △맞춤형 현지화 전략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대주주 및 CEO의 적극적인 도전정신과 더불어 치밀한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며, 해외진출을 위한 자본확대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일례로 미래에셋의 경우 운용사(Buyside Business)가 먼저 진출하고, 증권사가 이후에 따라서 진출하는 ‘선(先) 운용사, 후(後) 증권사’전략을 사용했다. 또한 현지인 고용 등을 중시하는 등 치밀한 현지화 전략도 병행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금투사들의 해외진출은 글로벌 IB나 아시아권 주요 금융사들에 비해 규모와 역량 면에서 아쉬운 상황이다. 자기자본 규모도 중국·일본 등 금투사 자기자본의 절반 이하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권을 중심 진출 및 적극적 현지 인수합병(M&A) 전략 모색도 필요하다.
해외 비즈니스인 만큼 현지 네트워크 강화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금투협은 NPK 등을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 기구와 교류를 확대하는 중이다. 가속화 되는 디지털화 및 ESG 등 시장 변화 대응과 글로벌 인재 육성 및 유치도 중요하다.
- 금투사 해외진출을 위해 정부가 해소해줘야 할 걸림돌이 있다면?
▲ 제도적·정책적 지원도 해외진출에 중요하다. 이를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IB)과 현지영업 경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법인지급결제’와 ‘외화 콜시장 직접 참여 허용’, ‘외화 송금한도 확대’ 등으로 국내 IB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국민연금, KIC 등 정책금융기관들과 해외투자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외환규제 외에도 금투업계의 해외진출을 위해 정부가 많이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는 우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기업신용공여 건전성 규제를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해외에 진출한 종투사가 현지에서 신용공여를 실행하는 경우 일률적으로 100% 위험값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현지 자금조달에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 정합성이 부족한 규제를 타파하고, 외국인 투자자 유인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세제, 금융비용 지원 및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체계 구축을 통한 크로스보더(Cross-border) M&A 활성화도 필요하다. 증권사의 해외송금 한도 상향과 현지 감독당국과 밀접한 소통을 통한 애로사항 해소 등 지원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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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여의도 금투센터 회장실에서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
- 올해 증권업황의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 0.25% 인상을 확정하면서 시장금리는 일단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CPI) 하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높아, 매파적 기조도 상존한다. 현재 한-미간 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수준으로, 이로 인한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시장은 늘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난해 말이나 연초와 같은 불안정한 국면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현 시점 자본시장 투자자들은 엔데믹 효과, 금리 안정사이클에 기대한 시장의 업사이드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투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선방한 것으로 예상하나, 2분기는 주가하락 사태 등으로 인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결국 시장의 장기적인 수요기반을 확보하고 금투사의 수익원 다각화 등 다방면의 제도개선과 시장의 신뢰회복이 필요하다. 산업구조가 혁신산업 중심으로 고도화됨에 따라 기존 은행(대출) 중심 구조에서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역할이 향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현재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우려에 대한 생각은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잠재 리스크 이슈는 총량 규제 등으로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에 따른 단기금융시장 유동성 경색은 작년 12월 정점에 달한 후 올해 들어 진정세가 확연하다. PF 유동화증권 거래 규모가 증가하고 금리가 하락했다.
이는 정부의 다양한 시장안정대책이 단기금융시장에 대한 과도한 우려감을 빠르게 진정시킨 결과다. 증권업계도 1조8000억원 규모의 PF-ABCP 매입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각 사별 우량자산 매각 및 유동성리스크 관리 강화 등 자구노력을 진행 중이다. 특히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은 종료 시한을 5월 말에서 내년 2월 말까지로 연장하기도 했다.
단 증권업계 전반의 연체율이 높지만 절대 금액은 타 금융업권 대비 많지 않으며, 자기자본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부동산 PF 시장의 단기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도 낮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부동산 PF 사업장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업계와 함께 면밀하게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다.
- 최근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에 대한 의견은
▲ 이번 주가하락 사태는 현재 검찰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정확한 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추가적인 제도 검토 등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 사태의 원인이 불법적 집단자금 수취·운용 및 주가조작, 폰지스킴 등에 기인할 가능성이 큰 만큼, 차액결제거래(CFD) 상품 자체보다 해당 상품의 불법적 이용행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같다.
CFD에 대한 합리적 투자자보호 강화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협회가 업계 및 당국과 긴밀히 소통해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