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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1분기 호실적을 올린 배경에는 IFRS17의 영향이 컸다. 주요 보험사.(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보험사들이 올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1분기에만 순이익 7조원대로 역대급 실적을 올리면서 IFRS17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보험사들의 영업 여건 등 기초 체력은 지난해와 같은데,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실적과 재무상태가 바뀌면서 높은 순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에 IFRS17과 관련한 낙관적인 가정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IFRS17을 적용한 보험사들은 1분기에 역대급 순이익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 전체 보험사 순이익은 7조원대로 추정된다. 지난해 손해보험사, 생명보험사를 모두 합친 보험사의 순이익이 9조2000억원인 점을 고려할 때 불과 1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순이익에 버금가는 실적을 낸 셈이다.
실제 IFRS17 영향으로 삼성화재는 1분기 순이익 6133억원을 올렸고, 메리츠화재는 4047억원, 현대해상 3336억원, KB손해보험 2538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달성했다. DB손해보험 순이익은 4060억원이었다. 한화생명의 1분기 순이익은 4225억원이었다.
보험사들이 1분기 호실적을 올린 배경에는 IFRS17의 영향이 컸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평가할 때 원가가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고, 손익을 인식할 때도 현금흐름이 아닌 계약 전 기간에 걸쳐 나눠 인식한다. 이에 저축성 보험보다 보장성 보험 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보험사가 유리하다.
그간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실적을 발표했는데, 올해부터는 IFRS17에 따라 손익을 현금주의 대신 발생주의로 인식하고,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며 계약서비스마진(CSM)이라는 계정을 새로 도입했다. CSM은 보험계약으로 얻을 미실현 이익을 평가한 것이다. 보험사는 CSM을 계약 시점에 부채로 인식하고, 계약 기간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금융당국은 원칙 중심의 IFRS17 취지에 따라 CSM 산출에 대한 보험사의 자율성을 존중했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가 이 틈새를 활용해 이익 부풀리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보험사의 도덕적 해이로 부풀려진 이익이 향후 대규모 손실로 조정되는 경우 보험사의 지급여력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회계 지식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보험사의 이익만 보고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 향후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처럼 IFRS17을 놓고 보험에 대한 신뢰성이 흔들리면서 금감원도 다급해졌다. 금감원은 CSM 산출을 위한 계리적 가정의 합리성 점검, 기준 마련 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달 11일 23개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를 불러 이달 말 손해율 등 주요 계리적 가정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CSM이 수익성 지표로 도입됐는데, 보험사들이 스스로 결정한 손해율, 해약률 등 계리적 가정을 기초로 CSM을 제각각 산출하면서 지표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회계상 낙관적인 가정을 설정할 경우 초기에는 이익이 증가하지만 결국 손실로 돌아와 미래 재무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 또 잘못된 가정에 근거해 상품 개발, 판매정책이 이뤄지면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