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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
반면 우크라이나는 든든한 서방 무기 지원으로 봄철 대공세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의 조국을 상대로 한 진짜 전쟁이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 아닌 ‘작전’으로 표현해왔지만, 이를 자국에 대한 전쟁으로 표현해 위기감을 고취시킨 것이다.
‘전쟁’이라는 표현은 푸틴 대통령 지난해 전승절 연설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단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 문답 과정에서 ‘전쟁’이라는 말을 내뱉기는 했으나, 이후로는 표현을 피해왔다.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전을 전쟁이라고 칭하면 처벌될 정도로 강한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연설들을 통해 "총동원에 대한 러시아 사회의 지지를 촉구하지 않고도 제2차 세계대전의 기억을 러시아 대중에게 환기해 장기전에 대비하도록 하기 위한 표현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화된 표현과는 달리 러시아가 군세를 과시하는 전승절 열병식은 예년에 비해 현격히 초라한 수준으로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매체 아겐트스트보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열병식에는 병력 8000명이 참가해 2008년 이후 최소 규모를 기록했다.
러시아 열병식 병력은 2020년 1만 4000명 규모에서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감행한 지난해 1만 1000명으로 준 뒤 올해 또다시 감소했다.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서 병력과 장비 손실을 크게 입은 가운데 대두된 안보 불안이 전국 각지 전승절 행사 취소·축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메인 이벤트’라 할 수 있는 모스크바 열병식은 주력 병단과 장비가 확 줄어든 모양새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모젬 오비야스니티’는 "현대식 전차와 보병전투차(IFV), 항공기 없이 진행된 사상 최소 규모의 열병식 중 하나였다"며 "이번 전승절 열병식은 우크라이나전 두 해째를 맞은 러시아군의 (병력·장비) 소진 상태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채널은 이어 "행진 병력은 주로 병사가 아니라 주로 사관후보생이나 군사대학 학생으로 구성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예년과 달리 열병식 행진 구성에 관한 어떤 정보도 배포하지 않았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영국으로부터 러시아 후방을 타격할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위한 영국과 북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국제 기금’은 이달 2일 사거리 100~300km 미사일 또는 로켓 조달 공고를 냈다.
이에 영국 국방부가 공고에 대한 방산업체들 관심 표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국제 기금에는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참여하고 있다.
영국의 한 관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WP는 조달 공고를 영국이 장거리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 단계’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서방에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확전 가능성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는 제공하지 않았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올해 초 유럽연합(EU)에 "최대 300km 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다면 러시아군은 방어할 수 없고 패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에 (서방이 지원한) 무기가 사용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WP는 우크라이나가 이르면 몇 주 안에 대규모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는 가운데 장거리 미사일로 전선 후방에 있는 러시아군을 공격할 수 있게 되면 지상 공격의 길을 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가장 많이 지원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대반격 성패와 관계없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굳건히 했다.
WP, AFP통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회담 후 공동회견을 가졌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무기한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세계에서 하는 일과 국내에서 하는 일 사이에 제로섬 선택은 없다"며 미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지하는 여론이 여전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클리버리 장관도 "이 분쟁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끝나지 않은 것이므로 대반격이 큰 성과를 거두는 것과 관계없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