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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윤수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0일로 취임 1년을 맞는 데 윤 대통령을 탄생시킨 대선이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정권 교체로 행정권력을 차지했지만 대선 맞상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여전히 건재하다. 대선 패배 후 6개월도 안돼 공룡 야당인 민주당의 대표 자리에 올라 의회권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통상 대선이 끝나면 국민의 심판으로 권력경쟁의 승패가 갈리지만 윤 대통령의 행정권력, 이재명 대표의 의회권력이 양립해 서로 충돌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선 연장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행정권력 일부인 검찰권이 의회권력을 주도하는 이재명 대표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펼치면서 양측의 대립과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이 기관장을 임명하고 지휘감독하는 행정부 및 공공기관에선 전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임기존중을 주장하며 알박기로 버티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지난 1년간 국정운영은 정권교체에도 거대 야당 앞에서 무력화했다는 게 정치권 안팎 다수의 분석이다.
윤 대통령의 각종 국정과제 추진은 사사건건 극심한 논란을 빚거나 저항에 막혔다. 결국 윤 대통령의 국정은 지지율까지 지난 1년 내내 30% 안팎에서 게걸음하며 악순환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에서 아쉬웠고 야당과 협치 공언도 구두선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회동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다.
갈수록 외교안보 상황이 악화하고 글로벌 에너지 위기 등을 맞아 경제와 민생이 점차 어려워지는데도 여야 협치는 더 요원해지고 있는 기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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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은 때는 대체로 정권 초기였다. 새 내각을 구성해 개혁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면서 임기 5년에 대한 국민 기대감을 높인 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취임 첫 돌을 맞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30%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의 취임 1년 무렵 지지율과 비교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취임 이후 발표된 첫 번째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52%, 향후 5년간 직무수행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60%로 나타났다. 이후 취임 두 달만에 지지율이 30%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5개월간 30%대를 횡보했다.
지난해 말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요구 파업을 강경하게 대응했다는 계기로 지지율이 40% 초반까지 반등했지만 ‘정순신 논란’과 ‘일제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 다시 떨어져 20∼30%대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 조직 안에서도 인사교체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수장들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가 전체의 80%를 넘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 경영평가 대상인 130여개 공공기관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 정부 시절 임명된 기관장은 108명으로 전체 83.1%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된 기관장은 18명으로 13.8%에 그쳤다. 공공기관 이사·감사 등 임원들 또한 문 정부 인사가 1073명으로 80.6%인 데 비해 윤 정부 인사는 259명으로 19.3%다.
검찰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뜻처럼 순탄하지 않은 모습이다.
윤 정부는 출범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등 없애는 등 검찰 권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검찰 개혁은 거대 야당에 줄줄이 가로막혔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 뒤 문재인 정부 임기말 입법 완성된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이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 최종 판결까지 나왔다.
검찰과 함께 행정권력의 양대 축인 경찰 개혁도 벽에 부딪쳤다.
민정수석실 폐지로 사라진 대통령의 경찰 통제권을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로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한명으로 경찰국 신설을 추진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결국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민주당이 주도권을 쥔 국회에서 탄핵 소추를 받아 현재 직무정지 상태에 있다.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이상민 장관의 탄핵을 포함해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가결된 반면 국회 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노웅래 의원 등의 체포동의안은 모두 부결됐다.
입법과정에서도 민주당에 밀리고 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간호법·방송법의 본회의 직회부를 비롯해 이른바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의혹) 패스트트랙까지 강행 추진했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에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당은 ‘야당이 협의 없이 입법을 진행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야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 권리를 남발할 경우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살펴야 하는 여당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윤 대통령과 대선에서 경쟁했던 이재명 대표의 정치권 복귀도 정부를 견제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불거진 대장동 사건 등 각종 ‘사법리스크’ 의혹에도 불구하고 3개월도 되지 않아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정치에 복귀했다. 이어 3개월도 되지 않아 당 대표까지 거머쥐었다.
현 정부 체제에서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 수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여야 관계는 극단으로 치달아 줄곧 양측이 강경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까지 거듭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보복’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금의 여야 대치를 ‘대선 연장전’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동시에 극단적 정치 팬덤 현상과 팬덤을 의식한 막무가내 가짜뉴스는 정국을 극한 대립으로 이끌고 국정의 난맥이 극대화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년 총선이 지나야 국정운영 방향이나 당정 관계 등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지금의 여소야대 상황, 야당이 압도적으로 규모가 큰 상황, 정부와 야당의 관계성 등을 고려해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외교적인 부분은 대통령이 계기를 만들어서 진행해 나가는 모습이고 국외 정치이기 때문에 정파적인 성격이 덜 하다"면서도 "하지만 경제나 민생 등 국내 정치는 유권자들의 이해관계도 첨예하고 타협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