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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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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7일 국빈방미 마친 尹…한미 동맹이 ‘글로벌 동맹’으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3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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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9일(현지시간)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귀국길에 오르며 환송객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5박 7일간의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귀국했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후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서울공항에 도착해 미리 나와 있던 환영객들과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장관 직무대행)과 장호진 외교부 1차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등과 차례로 악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27일 워싱턴DC를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고 정상회담 전후로 바이든 대통령과 한국전 참전 기념비 방문, 백악관 공식 환영식, 국빈 만찬,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센터 방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등 유의미한 일정을 소화했다.

방미 첫 일정으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해 향후 4년간 25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 접견, 한미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 한미 첨단산업 포럼,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등 경제 일정도 소화했다.

아울러 미 국방 청사(펜타곤)에서 미군 수뇌부로부터 직접 정세브리핑도 받았고 한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하버드대 연단에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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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이 끝난 뒤 회랑을 걸어 웨스트윙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

12년 만의 국빈 방미에 나선 윤 대통령은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데 무게를 뒀다. 기존 안보와 경제뿐만이 아니라 사이버, 우주 분야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기존 동맹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워싱턴 선언을 최대 성과로 꼽고 있다. 지난 26일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의 문건으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은 ‘한국형 확장억제’ 방안을 담았다.

차관보급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신설을 골자로,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인 한반도 전개 확대, 핵위기 상황에 대비한 도상 시뮬레이션 등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28일 보스턴 하버드대 대담에서 "나토 핵 공유하고 조금 다르긴 하지만, 실효성 면에서는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와의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며 "확장억제라는 개념이 하나의 선언에서 그치지를 않고 어느 특정 국가와 문서로서 정리된 가장 첫 번째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과거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한 상호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한미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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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미동맹의 개념도 한층 다변화됐다. 한국전쟁 때 피로 맺어진 군사동맹을 넘어 첨단기술동맹, 경제안보동맹, 사이버안보동맹 등으로 양국 간 협력의 범위를 대폭 넓혔다.

대통령실은 "확장억제, 경제안보, 첨단기술, 인적교류, 지역·글로벌 협력 등 5대 핵심 분야에서 다각적 동맹 관계를 강화했다"고 자평했다.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도 새로운 한미동맹을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70여 년 전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맺어진 한미동맹은 이제 세계와 자유의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했다"며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간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신설, 미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와의 협력 모색 등에 합의했다.

한미는 이를 통해 바이오·배터리·반도체·디지털·양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도모하면서 첨단기술 분야의 표준을 함께 마련하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양국은 또 민관 공동 참여 포럼인 ‘한미 반도체 포럼’을 신설하기로 하는 등 경제안보의 핵심인 반도체 부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미국(설계·장비)과 한국(제조) 양국이 서로 강점을 활용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가치 동맹’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 미국과 한층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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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 접견장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 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

순방 때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해온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세일즈 외교’에 주력했다. 이번 국빈 방미에는 4대 그룹 총수 및 6대 경제단체장 등 122명의 경제 사절단이 동행해 정상 외교를 뒷받침했다.

방미 첫 일정으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를 접견한 데서도 이러한 인식이 드러난다. 서랜도스 CEO는 이 자리에서 한국에 대한 ‘4년간 25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넷플릭스 외에 6대 첨단 기업(19억 달러), 코닝(15억 달러)까지 합하면 이번에 약속된 미국 기업의 투자 규모는 59억 달러에 이른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머스크 CEO와도 접견, 완성 전기차 생산라인인 ‘기가팩토리’의 한국 유치에 다시 한번 힘을 실었다.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는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지역을 일일이 열거하며 "이러한 호혜적 한미 경제 협력이 곳곳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의원 여러분들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정부 출범 후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진 경제 사절단도 ‘세일즈외교’에 보폭을 맞췄다.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한미 첨단산업 포럼,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테이블 등 행사마다 양국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이러한 세일즈외교는 역대 최다 규모의 MOU 체결 성과로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양국 기관과 기업 등이 바이오 분야 23건을 포함해 총 50건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전했다. 특히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테라파워 등 미국의 주요 3사와 모두 MOU를 체결,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한편, 김건희 여사는 이번 방미 기간 총 7건의 단독 일정을 소화했다.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OO) 접견, 보훈 요양원·국립어린이병원 방문, 북한 인권운동가 간담회,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와 환담, ‘문체부-스미스소니언 재단 양해각서 체결식’, 보스턴미술관 방문 등이었다.

양국 영부인끼리 진행한 일정도 있었다. 김 여사와 질 바이든 여사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던 시간에 워싱턴D.C. 국립미술관에서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마크 로스코 작품 등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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