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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윤 대통령의 서울법대 스승인 송상현 교수가 지적한 대로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비롯한 윤 대통령의 여러 정책과 한일관계 회복 등 외교정책은 대부분 옳은 방향이다. 윤 대통령이 소위 번듯한 집안에서 적절한 가정교육을 받았기에 시비와 선악, 미추를 정확히 가릴 줄 아는 심성을 가졌다는 것도 맞다. 그러나 비록 국민의힘 지도부 개편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이 있었고, 예기치 못한 이태원 참사가 있었지만 그로 인한 지지도 하락이라기엔 구조적 성격이 강해 보인다. 올바른 정책 수행에도 왜 그에 대한 지지도는 30%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차분히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한두 번은 우연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결같은 우연은 없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문제는 정책이나 외교적 성과, 혹은 내부의 불협화음보다 대통령을 포함한 관계자들의 행태에 있다. 지지도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도 국민 입장에선 교만으로 비친다.
한두 가지 사례를 들어 생각해 보자. 국익을 위해 한일관계의 비정상적 절연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진의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일각의 비판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윤 대통령이 사전에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진솔하게 설득하고 야당과도 상의하는 모습을 갖추었다면 한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어땠을까. 민주당 지지자들은 여전히 강하게 비판하고 반대할지라도 중도적 유권자들까지 등을 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근 건설노조나 운송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노동계를 사회적 약자로 취급해 그동안 수많은 불법행위에 눈감아 온 것을 바로잡는 것은 바람직하고 환영할 일이지만 정치적 측면에서는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갑자기 막무가내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보다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논의하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없다고 바늘귀에 실을 꿰기도 전에 바느질을 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만일 야당이 극구 반대한다면 그 반대 논리의 문제를 국민이 이해하도록 노력함으로써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야당이 보유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대국민 설득이 필요하다. 국민을 설득하는 사람의 태도는 항상 허리를 낮추고 겸손해야 한다. 어느 입장이 옳다고 주장하면서 뻣뻣하게 당신이 틀렸다는 태도로 일관하면 상대방이 설득될 수 있을까. 지금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정부 각 부처가 국민에게 설명하는 태도는 전혀 겸손하지 않고, 오히려 때로는 오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만한 사람이 자신이 옳다고 하면 과연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까.
이것이 윤 대통령이나 집권 국민의힘이 갖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고, 동시에 송상현 교수가 지금의 지지율 하락이 쓴 약이 될 것이라고 덕담을 하면서 "겸손하면…"이라는 단서를 단 이유다. 3경(三經) 중 서경(書經)에 "만초손(滿招損), 겸수익(謙受益)"이라는 말이 있다. ‘자만하면 손해를 부르고, 겸손하면 이익을 얻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교만한 태도로 방자하게 구는 정치인을 지지할 국민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