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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헤드’의 쇼룸 ‘빛의 코트’에서 이번 봄·여름 시즌 신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코오롱FnC |
이를 반영하듯 기존 테니스 패션 브랜드를 새 단장하거나 테니스 명가인 글로벌 브랜드까지 인수하고, 상품군 재정비, 신제품 출시와 연계된 팝업 스토어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코오롱FnC은 최근 3년 동안의 재정비 작업을 거쳐 스포츠 브랜드 ‘헤드(HEAD)’를 다시 선보였다, 2019년 말부터 생산·판매를 중단하며 휴지기를 갖는 동안 국내에 테니스 붐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재기에 나선 것이다.
앞서 1981년 코오롱FnC가 국내에 들여온 헤드는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며 사실상 존재감이 미미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부터는 전국 백화점에서 매장을 철수하며 온라인 채널에 집중해 명맥을 유지해왔다.
테니스 열풍이라는 호재와 함께 코오롱FnC가 내세운 것은 3D 의상 소프트웨어 ‘클로’다. 의류·액세서리를 디자인 할 때 실물 샘플링 과정 대신 가상 디자인을 적용해 기획 기간을 줄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존에는 디자인부터 출시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됐다면 이젠 1~2달 내로 단축돼 유행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도약에 나선 만큼 용도별로 세분화한 신제품도 눈에 띈다. 헤드만의 테니스 역사를 담아낸 ‘헤리티지 라인’, 기능성을 강조한 ‘어드벤스드 라인’, 기본 디자인의 ‘에센셜 라인’, 평상복으로도 활용 가능한 ‘데일리 라인’ 등 종류도 다양하다. 라켓 역시 초심자용부터 전문가용까지 40여종으로 폭넓게 구성하며 테니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했다.
F&F 역시 50년 전통의 테니스 웨어 명가를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브랜드로 재해석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세르지오 타키니’를 인수하며 테니스 시장에 진출한 뒤 약 1년 간 준비기간을 거쳐 테니스뿐 아니라 평상복도 아우르는 브랜드로 포지셔닝(positionign)한 것이다.
브랜드 리뉴얼에 따라 상품군도 테니스와 일상 모두 활용 가능하도록 정비하기로 했다. 테니스 헤리티지 디자인을 세련되게 풀어낸 ‘온코트(On-Court)’ 라인, 럭셔리한 디자인의 ‘오프코트(Off-Court)‘ 라인 등이다.
세르지오 타키니는 조만간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이달 말부터 주요 백화점과 대형 프리미엄 쇼핑몰에 입점해 유통망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또, 오는 8~16일 세계 유명 테니스 대회인 ‘몬테카를로 마스터즈’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며 마케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일찌감치 ‘테린이(테니스+어린이)’ 공략에 나선 스포츠웨어 브랜드들도 올해 테니스 상품군을 정비하고, 제품 출시와 연계한 행사도 추진하는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테니스를 중장기 핵심 종목으로 지정한 휠라코리아는 올해 국내 의류 매출 중 테니스 웨어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이번 봄·여름 테니스복 취급 상품 수(SKU)도 25%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마케팅 활동의 하나로 서울 광화문에서 이색 행사도 선보였는데, 특히 체험형 프로그램 참가 신청용으로 출시한 티셔츠·신발·액세서리로 구성된 패키지는 판매 시작과 함께 순식간에 품절됐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데상트코리아의 ‘르꼬끄 스포르티브’도 올 들어 상품 라인 정비와 마케팅 등 다각도로 힘 쏟고 있다. 이번 시즌 테니스 카테고리 물량을 전년보다 2배 이상 늘리는가 하면, 올해 테니스 라인 상품 비중도 전체의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약 7년 만에 퍼포먼스 라인 신제품 테니스화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이와 연계해 서울숲 인근에서 직접 신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는 팝업 스토어도 운영하는 등 왕성한 마케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패션업계가 테니스 시장 선점에 공들이는 이유는 가파른 성장세에 있다. 업계 추정대로라면 국내 테니스 인구는 2021년 50만명에서 지난해 60만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 규모 역시 500억원 늘어난 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으로 메가 트렌드로 부상했던 골프 수요가 점차 테니스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비교적 비용 부담도 적어 진입 장벽이 낮고, 실내외에서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