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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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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위기의 한국경제,돌파구는 과감한 구조개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11 07:36

전국경제인연합회 유정주 기업제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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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한국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수출이 호황을 누리며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장기간 저금리의 덕도 봤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과열로 인한 물가상승, 자산가치의 급등과 같은 저금리의 부작용이 나타났고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기가 급격하게 식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7%로 0.3%포인트 낮췄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치솟았다. 지난해 9월 전년동기 대비 5.6%까지 오른 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5%대를 유지하다 올해 2월 4.8%로 소폭 둔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기침체기에 들어서면서 곧바로 수출 감소와 생산성 하락이라는 우리 경제의 문제점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제조업 중심의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수출과 생산성은 그 어떠한 경제적 요소보다 중요하다. 수출은 지난해 10월에 전년 동기 대비 -5.8%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올해 1월에는 -16.4%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고 2월에도 -7.5%를 기록한 데 이어 3월에는 다시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수출이 맥을 못 추는 것은 글로벌 경기하락과 같은 외부요인과 함께 우리나라 수출구조의 취약성도 크게 작용한다.

우선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지나치다.세계 10대 수출국 가운데 특정 국가에 어느 정도 수출이 집중돼 있는 지를 나타내는 ‘수출 국가집중도’가 우리나라는 캐나다에 이어 2위다. 우리나라는 2020~2022년 연 평균 수출의존도는 중국과 미국이 각각 24.5%, 15.2%로 두 나라에 전체 수출의 약 40%가 편중됐다. 수출 상위 5대 대상국에 대한 수출비중도 한국은 58.6%로, 캐나다(86.1%) 다음이다.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 의존도도 높다. 2020~2022년 연 평균 기준으로 전기장치ㆍ기기의 수출 비중이 20.2%, 자동차가 10.5%로,이들 두 품목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전체의 30.7%에 달한다. 수출 상위 10대 품목의 수출 비중은 68.7%로 10대 국가 중 가장 높다. 이 통계치를 보면 우리 수출의 치명적인 약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특정 국가의 불경기, 특정 품목의 수출 부진이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을 흔들 만큼 치명적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생산성 마저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성 증가율은 2000년대 1.9%에서 2010년대 0.7%로 하락했다. KDI는 생산성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50년 경제성장률이 0%에 수렴하고, 생산성을 1.0%로 올려도 경제성장률은 0.5%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임금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임금상승률은 2018년 4.3%, 2019년 4.5%, 2020년 1.2%, 2021년 3.9%, 2022년 3.8%로 생산성 증가율을 훨씬 웃돈다. 임금이 생산성보다 높은 현상이 지속되면 기업은 고용을 줄일 수 밖에 없고 경영악화로 이어져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경기 침체기가 도래하면서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수출감소와 생산성 하락은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이며 이를 방치하면 한국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다. 한국경제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한국경제의 고질병인 수출감소와 생산성 하락 문제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정책을 원점에 놓고 구조개혁과 규제 완화라는 근본 처방에 나서야 한다. 필요하면 구조개혁의 당위성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솔직하게 알리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살고 미래세대가 산다. 표를 얻기 위해서,인기를 의식해서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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