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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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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균 칼럼]21세기 대한민국 전략 자산은 소프트파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10 09:41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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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의 전격 사임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김 실장 사임 전에 김일범 의전비서관, 이문희 외교비서관도 교체됐다. 공식적 교체 원인은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 등이 함께 공연하는 문화 프로그램을 제안했는 데, 외교안보 라인이 묵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가는 안보 책임자를 의전 프로그램 문제로 경질하겠느냐는 의심이다. 여기서 미국 일변도 외교의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중국과 미국의 프로토콜을 주장하는 김성한 그룹을 밀친 형태라는 가설이다. 또 다른 가설은 의전이 안보 외교를 흔든 김건희 여사의 개입설이다.

관계자들의 정확한 해명이 없어 모든 추론이 눈이 안보이는 사람들이 코끼리를 평하는 ‘(群盲評象(군맹평상)’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군맹평상은 범인(凡人)은 모든 사물을 자기 주관대로 판단하거나 그 일부밖에 파악하지 못함을 비유한 말로 중국의 고사 북송열반경(北宋涅槃經)의 자후보살품(獅子吼菩薩品)편에 수록된 이야기다. 눈이 안보이는 사람 가운데 상아를 만져본 사람은 무와 같다 하고, 귀를 만져 본 사람은 키와, 다리를 만져본 사람은 절구와, 등을 만져본 사람은 침상과, 배를 만져본 사람은 독과, 꼬리를 만져본 사람은 새끼줄과 같다고 한다. 각각은 코끼리의 단편만을 말하지만 이를 종합하면 코끼리의 윤곽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김 실장 교체 설을 유추한다.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문화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의전과 안보는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를 안보라인에서 경시했다. 이러한 안보라인의 행태가 문화행사 의전을 중시하는 김건희 여사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김 실장의 정확한 해임 사유다.

김 실장은 미국의 전략자산 특히 하드파워에 익숙하다. 한미 안보 정상회담에서 공연은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한다. 공연을 트집 잡아 안보회담 성과를 폄훼할 야당의 뒤풀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의 소프트파워 인식은 BTS의 병역 문제에서 입증되었다. 김 실장은 전 세계의 1800만의 아미가 BTS 노래를 듣기 위해서 한글을 배운다는 소프트파워의 위력을 형평이라는 이유로 배제했다.

전임 의전비서관이었던 탁현민은 2021년 김정숙 여사의 메트로폴리탄뮤지엄 방문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 김 여사가 미술품의 기증 의사를 전했을 때 ‘순서를 기다리라’고 했다. ‘우리가 시간이 없다’고 하자 ‘시간이 없으면 다음에 하자’고 했다. 그래서 ‘그러면 어쩔 수 없다. 김 여사님과 BTS가 가려고 했는데, 다른 미술관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러자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간략하게 행사를 하자고 했다가 자기들의 ’루프 가든‘을 내주고, 여사님이 수장고를 보실 수 있게 배려했다"는 것이다.

이 일화가 한국의 소프트 파워의 현주소다. 영국 잡지 모노클(2020. 11. 27)은 소프트파워는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단언했다. 모노클은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독일에 이어 세계 2위라고 평가했다. 독일과 한국의 뒤를 이어 프랑스, 일본, 대만, 스위스, 뉴질랜드, 스웨덴, 그리스, 캐나다 순으로 소프트파워 톱10 국가로 평가했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영화와 TV, 음악 역시 전 세계로 수출되면서 한국 소프트파워의 기반이 됐다고 모노클은 2위로 평가한 배경을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K-팝을 듣고 박찬욱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본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 혁신은 이 나라의 핵심 자산이며, 이를 통해서 삼성과 LG, 현대 등의 기업이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를 강화한다. 또한 모노클은 한국이 중국의 하드파워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의 돌파구를 중국이 추월할 수 없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국의 핵심세력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 21세기 한국의 진정한 전략자산이 소프트파워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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