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내부 전경 . 사진=서예온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올해 들어 백화점업계의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와 함께 올해 해외여행이 본격 활성화되면서 매출 규모가 큰 명품·리빙 매출 신장세가 1∼3월 3개월 연속 꺾인 것이다. 이때문에 올해 1분기 백화점 업체들은 지난해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3사 모두 명품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최대 18% 신장하는 데 그쳤다. 롯데백화점은 매출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10%,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18.7%, 11.8% 기록했다.
이는 올해 1·2월 매출 증가율보다는 다소 회복된 모습이지만, 지난해 백화점 3사 명품 매출 신장률이 최대 40% 이상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명품 매출 신장세가 크게 주춤해진 것이다. 앞서 지난 1·2월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 성장률은 5%, 현대백화점은 5.8%, 신세계백화점은 5.3%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명품 매출 성장률이 롯데는 35%, 현대 20.8%, 신세계 47.8%로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성장 폭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이처럼 백화점 명품 매출 신장세가 둔화된 것은 금리·물가 인상과 명품 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 여파가 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재의 명품 수요 감소는 과거 1997년 외환위기(IMF) 당시보다 더 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옛날에는 IMF 때도 부자들이 백화점 와서 명품을 사갔는데 지금은 명품 업체들이 가격을 올려놔서 잘 사지 않는다"며 "명품을 사기 위해 줄서는 사람들은 대부분 리셀러(되파는 사람)들로, 백화점들 1분기 실적이 모두 안 좋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
롯데백화점의 리빙 매출은 1·2월(-5%)에 이어 지난달에도 전년동기 대비 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리빙 매출이 1·2월 3.9%, 5.3% 역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1·2월 매출이 2.1%, 지난달에는 1.2% 신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매출보다 주춤해진 모습이다. 지난해 3월 롯데 리빙 매출 신장세는 15%, 신세계는 8.6%, 현대백화점은 7.5%를 기록했다.
이처럼 백화점 리빙 매출이 주춤해지고 감소한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주택거래량이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가구업계는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기업 한샘은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액이 13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백화점업계는 코로나 보복 소비 훈풍에 힙입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경신했다.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매출 3조원대를 회복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액이 2조486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4% 늘었고, 영업이익도 5018억원으로 38.5% 증가했다.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 매출이 5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 매출을 올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4% 성장한 5조141억원, 영업이익은 21.4% 증가한 3209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와 전문가들은 올해 백화점업계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다소 제한된 해외여행이 더 본격화돼 수요가 줄어들 수 있는 데다, 코로나 보복 소비로 인한 기저효과가 실적에 반영되면 매출 신장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은 돈을 쓰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게 해외여행이기 때문에 명품 대신 여행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분산되고 있다"며 "특히 여행을 가면 그곳에서도 쇼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백화점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pr902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