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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실적 '반토막'에도 금융지주 배당은 '빵빵'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28 18:04

작년 4대금융 산하 증권사 당기순익 감소, 배당규모는 증가



올해도 업황 어렵다는데...증권사 리스크관리 역량 악화 우려



"지주사도 배당 조절, 자금조달도 쉬워 부담 아냐"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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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4대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KB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의 작년 순이익이 줄어든 데 반해, 지주사로 향하는 배당규모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지주사에 대한 과도한 배당이 증권사의 자본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도 증권업계 불황이 계속되며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 지주사도 시장 상황을 고려해 배당 규모를 조절하고, 완전 자회사인 만큼 자금 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의 작년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937억원으로, 전년(6004억원)대비 68%가량 감소했다. 작년 증시부진, 금리인상 등 업황 악화로 증권사의 실적이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을 합한 현금배당금총액은 총 3000억원으로, 전년(2700억원)대비 11%가량 커졌다. 이에 따라 KB증권의 배당성향은 1년새 45%에서 154.9%로 세 배 이상 뛰었다.

KB증권은 KB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진 완전 자회사로, 모든 배당은 KB금융에 지급된다. 자회사 KB증권이 작년 한 해 동안 거둔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 이상의 배당금을 지주사에서 가져가게 됐다.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하나증권의 배당규모도 증가했다. 하나증권의 작년도 배당총액은 500억원으로, 전년(300억원)대비 67%가량 커졌다. 같은 시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260억원으로, 전년(5066억원)대비 75%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하나증권의 배당성향은 1년 새 5.9%에서 39.7%로 33.8%포인트 확대됐다. 단 배당규모가 순이익을 넘어서지는 않아 이익잉여금(1조8269억원)은 전년 대비 6.8% 확대됐다.

KB·하나증권과 달리 신한투자증권의 배당성향은 줄었다. 신한투자증권의 작년 당기순이익(4125억원)은 전년 대비 28.6% 증가했다. 반면 신한금융지주에 지급될 배당총액은 1000억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배당성향은 24.2%로 전년(31.2%) 대비 7.0%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신한투자증권의 순이익 증가는 작년 7월 여의도 사옥을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한 일회성 이익(세전 기준 4438억원)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이를 제외한 연간 영업이익이 12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다른 두 증권사처럼 신한투자증권의 배당 부담도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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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증권 자회사의 영업성과에 비해 금융지주에서 배당금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도 고금리, 신용경색 우려가 계속되며 증권사의 자기자본 확충에 따른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가 중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상장 증권사들도 자본건전성 확보를 위해 대부분 작년도 배당총액을 전년 대비 줄였다. 금융감독원도 이달 업무설명회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금투업계의 잠재 리스크 요인을 조기 진단하고 증권사의 건전성 감독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인 만큼 지주사로부터의 자본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에 배당규모가 증권 영업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KB금융지주의 지난 2월 중 공시에 따르면 KB증권의 결산배당은 총 2000억원이었지만, 이달 초 1000억원으로 정정 공시돼 주주총회 의결된 바 있다. 증권 자회사의 시장 변동성 대응 및 자본여력 확보를 고려해 규모를 줄였다는 것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당초 공시된 2000억원 규모 결산 배당이 너무 높은 것으로 판단돼 낮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주 측에서도 당사의 금융시장 변동성 대응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9월 이뤄진 중간배당은 실질적으로 직전년도 실적에 대한 배당"이라며 "작년 사업연도에 대한 배당은 이번에 재조정된 1000억원 규모 결산배당만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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