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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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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주택 미분양 해법은 부담가능한 가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23 11:01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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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지속가능과학회 회장


고금리에다 미국과 유럽의 은행발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국내 주택시장 침체,특히 미분양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이 7만5359가구에 달한다. 증가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미분양주택은 지난해 3월과 6월에 각각 2만7000가구, 2만8000가구 수준을 유지하다가 같은 해 7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해 8월 3만3000가구에 이어 6개월만에 127% 폭증했다. 미분양 폭증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부실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는 주택사업자와 금융기관의 경영악화로 연결돼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미분양 주택은 잠재적인 빈집이다. 빈집이 증가하면 그 지역은 경제적으로 활력을 잃고, 환경적으로 슬럼화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공동체가 와해될 수 있다. 이미 농촌지역은 빈집이나 폐가들로 인하여 회복력(레질리언스)을 거의 상실했으며 이런 현상은 중소도시로 점점 더 확산되며 지역의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비해 미분양 주택은 도시의 빈집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도시 빈집 시대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미분양 주택 문제는 경제 문제를 넘어서 지속가능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연이은 주택시장 활성화 조치로 최근 미분양 주택 증가추세가 약간 꺾이기는 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주택시장 활성화 조치의 효과가 언제까지 갈지는 불투명하다. 주택 미분양의 원인과 실태를 좀 더 자세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월 대비 변동보다는 좀 더 길게 과거 추세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지난해 7월부터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게 된 이유는 뭘까. 공급과잉 탓일까,아니면 고금리 때문일까. 지난해 전국의 공동주택 공급실적은 분양승인을 기준으로 28만7624가구로 전년 대비 14.5% 감소했다. 이전 5년에 비해서는 9.8% 줄었다. 이를 반추어보면 과잉 공급의 문제는 아니다. 결국은 고금리로 귀결된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빠른 속도로 인상하면서 덩달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급상승했다. 이로 인해 급증한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은 신규 분양 열기를 앗아갔다. 문재인 정부들어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 폭등세가 지속되면서 서울의 경우 연 소득에 대한 집값 비율인 PIR이 20배에 육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끼지 않고는 기존 주택이든, 분양주택이든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미분양을 줄이고 주택시장을 살릴 수 있는 해법은 뭘까. 고금리가 내린다면 미분양 주택이 줄어들까, 아니면 주택가격이 내린다면 고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분양받으려 할까. 답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의 고금리 상황에서 치솟은 분양가격은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일반 무주택자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하에서,어떻게 해야 주택구입에 나설까? 주택 구입 목적에 따라 다르다. 실거주와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실수요자들에게는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부담가능한 주택(Affodable Housing)일 때 구입에 나설 것이다. 이에 비해 투자(투기) 목적인 경우는 당장의 대출부담보다는 주택 가격 상승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다.

주택 미분양의 해법은 결과적으로 금리를 내리거나 일반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금리는 대외변수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낮출 방법은 없다. 금리는 올해 상반기에 정점을 찍은 뒤에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소비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 현 상황에서 결국은 실수요자들의 눈높이에 맞는,부담가능한 분양가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길 밖에 없다.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아파트 분양 전망 지수가 전국 67.8(수도권은 59.0)로 어둡다. 이런 상태라면 2∼3년 후에는 미분양은 물론 준공 후에도 빈집 상태인 악성미분양이 넘쳐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당국과 건설업계가 부담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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