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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희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정치평론가 |
수년째 이어지는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일상화되고 강도도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북한이 작년에만 70발이 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데 쏟아 부은 비용은 약 5억6000만 달러(약 7200억원)을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때 B-1B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배치에 대한 맞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잇따르는 도발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식량난 등 내부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부 긴장을 조성하는 전략이다. 통일부 브리핑에 따르면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식량난이 심각하고 북한 측이 세계식량계획(WFP)의 지원을 희망 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둘째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관심끌기 전략이다. 하지만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선제적 변화 없이는 인센티브 제공도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하면서 당근을 주기보다 대북제재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경쟁의 파고 속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는 낮아지고 있다. 비핵화 조치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이나 대북 제재 완화 ·해제를 희망 하는 북한의 요구가 관철되기 힘든 상황이다.
과거 냉전시기에 한국의 최대 목표는 생존, 즉 안보였다. 당시에는 한미동맹의 강화에 기반한 안보만이 유일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리고 냉전종식 이후에는 안보보다는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급상승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높았던 노무현 정부는 미·중 사이에 ‘균형자’를 주장하였고 박근혜 정부는 통일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하며 중국과 관계개선에 나섰다. 이로 인해 한때 미국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억지력 강화보다는 대북 제재완화, 한미연합훈련 중지, 종전선언 등 한반도평화프로세스 구상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중 패권경쟁과 신 냉전의 분위기 속에서 남북 간 평화·통일 담론은 더욱 힘을 잃고 있다. 통일과 평화의 논쟁은 허무하게도 현실의 벽에 막혀 막을 내리고, 미중 관계 악화, 북한의 핵무기 보유 등으로 이제는 안보담론이 외교안보 이슈를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 윤석열정부에서 북한과의 관계맺기는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까?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삼각공조 강화가 논의되었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협력을 인도·태평양 전략(Indo Pacific Strategy)의 10개 행동계획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 과거사 문제, 중국과의 관계,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대한 논란 등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북한에 대응하는 한미일 협력이 실질적으로 가동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런 사실을 직시하고 대북협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북핵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제 ‘도발- 제재완화- 도발-제재’라는 무한서클을 반복해온 기존 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북한의 떼 쓰기식 도발에 임시방편용 당근을 주는 것이 아닌 원칙과 기준에 기반해 협상에 임해야 한다.
또 한가지,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현금다발’을 전달하는, 즉 외교를 돈으로 사는 방식은 절대 피해야 한다. 햇볕정책도 좋고, 남북 간 교류협력도 좋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끌려다니면서 투명하지 못한 ‘돈’을 대가로 사는 평화는 지속가능성도 없고 가짜평화일 뿐이라는 것을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