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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올해 들어 증권사들이 잇따라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을 인하하고 있다. 은행이 거둔 예대마진 성과에 대해 ‘이자 장사’라는 비판이 일자, 증권사들도 이를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증권사의 전체 영업수익 중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 비중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 임직원의 성과급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관련 비판이 많은데도 엉뚱한 이자율을 낮추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에게 주식 매수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출 형태를 말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하 움직임이 일고 있다.
KB증권은 이달 1일부터 신용거래융자 및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을 최고 연 9.8%에서 9.5%로 0.3%포인트(p) 인하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는 구간별로 최고 0.6%p씩 인하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이달부터 최고구간, 혹은 구간별 이자율을 0.1%~0.6%p 가량 내렸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도 이자율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이벤트를 통해 일정 기간 우대 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다올투자증권은 오는 6월 30일까지 신규 및 휴면 비대면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기간과 관계없이 연 4.99%를 적용한다.
이같은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하는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돈 잔치’ 비판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이 작년 고금리에 따른 사상 최대 이자이익을 거두고, 이를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자 금융당국으로부터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질타가 나온 바 있다.
이에 증권사들도 사전에 신용거래 이자율을 낮춰 미리 자세를 낮췄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증권사 평균 급여가 은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2022년도 평균 연봉도 억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신용거래 이자율을 인하하며 ‘고객의 금융부담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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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증권사들의 조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증권사의 전체 영업수익 중 신용거래융자로 얻는 이자수익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직원의 성과급과도 큰 관련이 없고, 오히려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작년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9개 증권사가 거둔 총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1조5969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영업수익(195조2879억원)의 0.82%에 불과한 규모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곳은 상상인증권(4.18%), 가장 작은 비중은 신영증권(0.01%)이었다. 대형사 중에서는 키움증권(2.95%)의 비중이 가장 컸다.
은행권 임직원 성과급의 경우 대출 이자율, 고객에 대한 대출 영업 성과가 임직원 성과급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에 반해 증권업계 성과급은 딜 중심 영업 실적에 따라 좌우되는데,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영업과 무관하다. 증권사의 잇따른 신용거래융자 이율 인하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신용거래융자 이율을 낮추자 ‘빚투’ 규모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3476억원으로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날 반대매매 금액은 301억원으로 지난해 9월27일(383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 성과급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 PF 부실 논란에 근거한다"며 "그런데도 대부분의 증권사가 이율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위탁매매(브로커리지)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