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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가 증권가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로 증권사들이 수익 확보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공개매수가 기업금융(IB) 부문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카카오, 하이브의 에스엠 경영권 취득 등으로 공개매수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도 수억원대의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개매수 청약 접수는 증권사 본점과 전국 영업점에서만 이뤄지는 만큼 전국에 지점을 보유한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 공개매수 성공시 성공보수...실패해도 최소수수료 보장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개매수를 주관한 증권사는 공개매수 성공, 실패와 관계없이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공개매수가 성공할 경우 이미 공시된 수수료와 성과보수가 함께 지급된다. 만일 공개매수가 실패하더라도 증권사는 최소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는 이달 26일까지 주당 15만원에 SM 발행주식의 최대 35%(833만3641주)를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은 카카오의 공개매수 성공시 15억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한국투자증권은 한샘의 공개매수 주관사로도 참여해 수수료 3억원을 받는다. 한샘의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경영권 안정을 위해 이달 2일부터 21일까지 발행주식총수의 7.7%(181만8182주)를 주당 5만5000원에 매수하는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데, 이곳 주관사가 한국투자증권이다.
삼성증권도 공개매수 주관으로 수수료를 받았다. 하이브는 2월 10일부터 3월 1일까지 SM 발행주식총수의 25%(595만1826주)를 주당 12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SM 주가가 12만원선을 상회하면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는 실패했다. 만일 공개매수가 성공할 경우 삼성증권은 매수수수료 30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이번 공개매수 주관으로 최소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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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템임플란트 본사. |
NH투자증권은 지난달 오스템임플란트의 공개매수가 성공하면서 약 11억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챙겼다.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 컨소시엄이 세운 특수목적법인인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1월 25일부터 2월 24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주당 19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이번 공개매수로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총 952만2070주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만일 오스템임플란트의 공개매수 최대수량인 1117만7003주가 모두 성공할 경우 NH투자증권은 11억원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공개매수 응모 주식 수가 이를 하회하면서 NH투자증권은 11억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 건의 경우 공개매수 대상 주식 100%가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NH투자증권은 11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알고 있다"며 "공개매수 응모 주식 수는 이를 소폭 하회했지만, 성과수수료 등을 포함하면 실제 NH투자증권이 챙긴 수수료는 11억원에 가까울 것"이라고 밝혔다.
◇ 공개매수 시장 더 커진다...당국,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예고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기업들의 공개매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미 오스템임플란트 등 다수의 기업들이 공개매수를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데다 금융위원회가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M&A시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IB부문에서 공개매수 주관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일정비율 이상의 지분을 취득해 경영권을 인수하는 자를 대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 공개 매수를 의무화한 제도다.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되면 M&A 등으로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보유해 최대주주가 되는 기업은 경영권 변경 지분을 포함해 총 50%+1주 이상을 매수해야 한다. 공개매수가격은 경영권 지분을 양수할 때 지불한 주가와 동일한 가격, 즉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가격을 적용해야 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행동주의펀드 약진 등으로 M&A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증권사들은 공개매수 주관뿐만 아니라 자문, 자금조달 등 토탈 솔루션을 제공해 IB 실적을 확대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특히나 대형 증권사의 경우 전국에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개매수 주관 경쟁에서 유리하다. 앞선 공개매수 사례처럼 주관을 맡을 경우 증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수수료를 취할 수 있는 만큼 주관사 자리를 놓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공개매수 청약 접수는 전국 영업점에서 대면으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최대주주의 경영권 보장이나 안정을 목적으로 이뤄진다"며 "앞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행동주의를 강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공개매수 시장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