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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숭실대 경영대학 교수 |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작년에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보증지원기업의 폐업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한 소상공인 10명 중 4명은 ‘재창업을 이미 했거나’(24.1%), ‘준비 중’(15.5%)으로 나타났다. ‘재충전 중’(12.9%)이라는 응답자 중에서도 53.4%가 ‘향후 재창업을 계획한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업종 선택에서 폐업 전과 동일 업종을 선택하는 경우는 53.5%로 절반이 넘었다. 소상공인의 폐업과 창업을 반복하는 ‘회전문식 창업’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심리학 용어로 ‘우월의 착각’이란 말이 있다. 평범한 사람이 ‘자신은 일반 사람들보다 낫다’라고 착각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런 현상은 대중매체나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나지만 코로나19 상황의 창업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다른 사람들은 망해도 나는 잘 해낼 수 있다’는 우월의 착각과 유사한 개념으로 ‘내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통제 착각이 있는데 최근 한 연구는 ‘통제착각’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어떻게 소상공인들에게 작용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밝혀냈다.
작년 말 한국유통학회, 한국마케팅학회, 한국광고학회, 한국소비자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통합학술대회 (DMAC)에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폐업이나 업종전환을 하지 않고 버티는 소상공인의 행동을 설명하는 신현정씨의 박사학위 논문이 최우수논문으로 선정됐다. 이 논문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늘어나는 대출로 부채가 증가하는 데도 취업이나 업종전환을 모색하지 않고 사업을 지속하는 소상공인의 심리를 밝혔다. 암담한 상황에도 수많은 소상공인들은 자신의 기술과 능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는 통제 착각에 빠져 사업을 지속하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개인이 통제불능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통제착각이 큰 소상공인 일 수록 회복탄력성이 높았다. 통제착각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과는 상관없는 결과를 자신이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경향 때문에 불확실한 환경에서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리고 회복탄력성이 클수록 사업지속의도가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회복탄력성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결과에 이르는 긍정적 심리적 상태를 이야기 하는 것으로 통념상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역경이 왔을 때, 회복탄력성이 큰 사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통념과는 다르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기업가는 도전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더 높으므로, 사업을 포기하기보다는 사업기회를 탐색하고 사업을 지속할 의향이 크다. 수없이 사업에 실패하고도 또 다시 대출을 신청한 소상공인 중에는 ‘리어카를 살 돈만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렇듯 회복탄력성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나 통제에 대한 착각으로 회복탄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으로 인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좋은 기회 탐색과 함께 사업기회에 내재된 잠재된 위험을 지각하는 것과 저마다 가진 인지편향을 이해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것으로 이것은 기업가의 판단에 달려있다. 따라서 기업가의 편향이 없는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기업의 미래 방향과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간단한 심사를 거쳐 무작위로 선정한 컨설턴트를 소상공인 경영컨설팅에 무작정 투입해 왔다. 이러한 구태의연한 컨설팅 지원을 지양하고, 소상공인의 인지편향을 제대로 반영한 새로운 경영컨설팅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이 과정을 이수한 컨설턴트를 소상공인의 경영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