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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
요즘 MZ세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제품을 구입할 때 가성비 보다는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가치 소비를 이끌고 있다. 의식 있는 소비자들이 제품 소재와 생산, 유통 등의 과정에서 상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따져보고 구매를 결정하고 있다.정치, 사회, 문화적 신념을 소비를 통해서 표출하는 이른바 ‘미닝 아웃(Meaning out) 소비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가치 소비 문화가 전 세계 소비자들과 기업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라벨 없는 생수나 친 환경 인증 상품을 선택한다. 내가 구입한 물건이 숲, 바다, 동물을 헤친다면 아무리 저렴하고 쓸 만 해도 안 산다는 신념으로,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한 제품을 고르고 있다. 기업들 역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 경영에 나서고 있다. 유명 핸드백 하나 만드는데 악어 3마리가 필요한 데 이를 버섯 가죽으로 대체해 핸드백을 개발한다는 뉴스 보도도 있었다. 바다에서 수거한 폐그물과 섬유 폐기물로 만든 에코닐을 소재로 모자와 가방 등의 제품도 생산되고 있다. 폐기된 옷으로 만든 재활용 실,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식물자원으로 제작한 친환경 플라스틱, 상업용 폐식용유로 만든 산업용 포장필름(비닐)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빈 용기를 가져가면 화장품 내용물만 구매할 수도 있다.제품의 포장 비닐을 종이 재질로 변경하고 포장을 간소화한다. 플라스틱 용기 대신 종이나 친환경 소재를 이용하여 제품을 담고 있다.
세계 인구가 꾸준히 늘며 상품·서비스 수요 증가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지구상의 모든 자원이 고갈 될 것이다. 친환경 소비풍조에 맞춰 이제 폐기물도 쓰레기가 아닌 자원으로 대접받는 시대다. 지금까지의 경제구조, 즉 자원을 제품으로 생산·사용 후 폐기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는 폐기물을 자원으로 다시 사용하는 순환경제 구조 만이 살아 남을 것이다. 고장 났거나, 유행이 지났거나,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제품들도 가치 있는 자원이므로 수리하고, 리폼하고, 다시 제조하고, 재판매 해야 한다. 각종 자원들이 폐기되지 않고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원료를 다시 뽑아 내지 않고, 가공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탄소 발생과 에너지 고갈을 줄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적으로 마스크 15억6000만 개가 바다에 버려졌다. 그런데 마스크가 분해되는 데 450년 이상 걸리고, 분해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화해 해양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나마 많은 소비자들이 플라스틱컵, 빨대, 포크, 물티슈, 냅킨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 노력한다. 비슷한 품질이라면 환경친화적이고,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치 소비, 환경친화적 신념에 맞는 소비이다. 지속 가능한 경영, 환경을 중시하는 경영 추구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환경친화적 기업의 매출도 상승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와 기업들에게 친환경 소비와 제품생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 트렌드는 기업을 바꾸고, 기업의 ESG(환경·책임·투명경영)를 촉구한다. 소비자들은 더 나아가 불필요한 제품 소비를 줄이고, 기업에 친환경 경영을 더 요구해야 한다. 친환경 기업, ESG 모범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입하는 것으로 기업의 ESG경영을 유도할 수 있다. 버려진 페트병에서 뽑은 원단으로 만든 티셔츠를 하나 사면 플라스틱 물병 4.8개를 줍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부터 폐기물을 활용한 의류와 신발을 신고,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고, 폐 페트병으로 만든 스니커즈를 구매하는 것으로 친 환경제품 소비문화를 확산하고 친 환경기업에 돈쭐 좀 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