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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 |
챗GPT가 연일 세간에서 화제다.챗GPT가 소개된 것은 4개월에 불과한데 이미 시중에서만 200종이 넘는 책이 판매 중이고, 수많은 세미나와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주제는 챗GPT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챗GPT와 몇 마디 문장을 주고받다 보면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착각을 주기에 충분하다. 다양하고 복잡한 질문에도 방대한 인터넷 문헌을 요약하고 함축하여 바로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매우 놀라운 것도 사실이다.
챗GPT에 이미 많은 투자를 해온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오피스 제품군에 챗GPT의 가공할 위력을 통합하여,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챗GPT를 이용해 메일에 대한 답장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거나, 나의 답장을 각색해 주는 기능도 등장했다. 여기에 인간의 상상력이 더해져 챗GPT는 가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챗GPT가 그간의 인공지능 한계를 한단계 더 끌어 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과도한 기대 역시 금물이다. 특히 챗GPT로는 불가능한 영역까지 상상력에 포함돼 이제는 걷잡을 수 없는 가짜 뉴스로 번지는 형국이다. 챗GPT에 대한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사실 몇 가지를 나열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챗GPT의 쓰임새를 보다 잘 이해하여,소설 같은 상상력에 현혹되지 않고 보다 현명하게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 파워유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첫째,챗GPT는 ‘사전에 훈련된’ 모델이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검색을 한다거나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에 선보인 챗GPT는 2021년도까지의 자료를 수집해 훈련된 것이다. 따라서 그 이후에 발생한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한다. 예컨대 "2023년 3월 12일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구야?"라고 질문을 던져보자. 챗GPT는 다음과 같은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현재 대한민국대통령은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입니다. 그는 2017년 5월10일 대선에서 당선되어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였고, 2022년 대선에서 재선을 선언하여 2022년 5월9일부터 20대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도 놀라운데 거기다 5년 단임제인 대한민국에 존재하지도 않는 재선이라는 소설을 마구생성해 낸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전자의주가를 예측해 달라거나,경기 전망을 물어보는 등의 작업은 애초에 기대해서는 안된다.
둘째,챗GPT의 놀라운 성능은 하드웨어의 발전과 자본주의의 투자에 의한 것으로 과거의 기술을 뛰어넘는 혁신이 아라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연산량을 키운 모델을 초거대 AI라고 부른다. 챗GPT는 인터넷에 떠도는 거의 모든 문장을 수집하여 학습했다. 이 정도의 학습을 위해서는 막대한 하드웨어의 투입과 함께 천문학적인 전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한 경쟁과 싸움은 계속 되겠지만, 이보다 더 거대한 모델이 나온다고 해서 그것이 인간 지능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더 사람과 비슷해진다는 착각을 불러 올 수 있지만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셋째,챗GPT가 생성한 모든 문장은 그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 챗GPT는 인터넷에서 수집한 방대한 자료로부터 문장을 ‘생성’해 내는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인터넷의 자료가 거짓인지, 참인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법에 맞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전혀 엉뚱한 다른 문장까지 동원하여 짜깁기를 한다. 현재 수준에서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다른 검색 도구 등을 사용해 재확인해야만 한다.
넷째,챗GPT는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문법에 맞는 문장을 생성’하는 하나의 기술일 뿐이다. 사람의 지능을 구현하는 기술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고 부른다. AGI는 그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으며 그런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모든 인공지능 기술은 AGI가 아니라 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다. ANI는 AGI와 달리 지능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행동을 ‘흉내’ 내는 기술이다. 챗GPT는 사람을 흉내 내는 단순한 ANI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ANI의 규모를 충분히 복잡하고 크게 구성하니 AGI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수준까지 온 것이다. 심지어 ANI가 충분히 더 복잡해지면 그게 바로 AGI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지능과 생각은 아직 인류가 그 정의와 작동 기저를 모르는 미지의 세계다. 알지도 못하는 세계를 기계에 구현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부합하지 않는 말이다. 앞으로 더 복잡한 ANI를 구현하려는 경쟁이 계속되더라도 그것이 AGI가 될 거라고 보는 것은 기우다. 어쨌든 빠르게 발달하는 기술이 AGI처럼 느껴지는 것은 흥미롭고 짜릿한 경험임에는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