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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올해도 대형 증권사들이 실적 부진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인수합병(M&A) 부문에서 좋은 소식이 들리고 있다. 올해 들어 오스템임플란트 등 대형 공개매수 주관 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금리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투자금융(IB) 실적 부진도 장기화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최근 정부가 주문한 ‘해외역량 강화’가 대형사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형 상장사의 지분을 겨냥한 조단위 주식 공개매수가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먼저 오스템임플란트의 2조8000억원 규모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현재는 카카오가 에스엠에 대해, IMM PE가 한샘에 대해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남양유업도 최근 주주제안으로 자사주 매입을 요구받아 곧 공개매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같은 공개매수는 대형 증권사들에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 건으로 약 11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얻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IMM PE의 공개매수는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하고 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 등 다른 대형사들도 향후 공개매수 딜을 잡기 위한 역량 확대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주관뿐 아니라 자문, 자금 조달 등 종합 서비스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다만 공개매수가 올해 대형사 실적의 ‘해답’이 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절대적인 수수료 수익 규모가 작고, 이같은 공개매수 유행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되고 IB 업황이 살아나지 않는 이상, 올해 증권사의 수익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기업공개(IPO) 시장이 좀 살아났다고는 하지만 대어급은 여전히 실종돼 큰 수익이 되지는 못한다"며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회사채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에서도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공개매수 열풍은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고 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해외진출’이 증권사들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14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불합리한 관행 개선,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해외진출에도 힘써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나아가 이 원장은 해외 금융당국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올 상반기 내 동남아 순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산업의 글로벌화와 국내외 제도적 걸림돌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조만간 규제 완화 등 본격적인 육성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장의 해외 방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금융사가 해외진출을 통해 이익을 다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 만큼, 금감원에서도 수 년간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금융당국이 막무가내식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지난 수년간 많은 증권사가 해외진출을 시도해왔지만, 국내외 규제에 가로막혀 초기 자금조차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대형 증권사는 해외법인 자금지원을 위해 현지 금융기관에 대출 보증을 섰는데, 금감원으로부터 법령 위반을 이유로 벌금을 부과받았다.
동남아 시장 투자 자체가 불안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가 계속되고 있고,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은 시장 기반이 부실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작년 6월 말 기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4개국에 33개 법인이 진출한 상태지만, 대부분 수익성이 적거나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가 그간 해외진출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현실적인 제약 때문"이라며 "이런 현실을 모른 채 정부가 경쟁력 강화만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고, 이에 대해 관리·감독이 주 업무인 금감원이 왜 왈가왈부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