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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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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우크라이나 전쟁 1년과 중국의 ‘漁父之利’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09 10:20

박세원 S&P글로벌 한국지사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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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원 S&P글로벌 한국지사 상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을 넘어 섰다. 이 전쟁에서 양쪽 병사 수만명이 목숨을 잃는 등 엄청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났는데도 휴전이나 종전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은 채 전쟁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국제적 비난과 경제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높이고 있다. 푸틴은 지난 2월 21일 국정연설을 통해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핵무기 경쟁과 같은 극도의 긴장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과거 1980년대 냉전시대가 다시 돌아온 듯하다.

중국은 처음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행동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양 진영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은 서방 주도의 경제 제재에 불참하고,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과 산업 고립화 전략이 분산, 약화된 틈을 이용해 전략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발 물러나 ‘평화의 중재자’임을 자처하며 러시아와 정치,경제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수장은 기존의 친분과 신뢰를 확대하며 국제적 이슈 뿐만 아니라 국내적 통치 체제에도 상당 부분 동일한 지향점을 추구했기 때문에 미국과의 대결을 위해 상대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상호 인식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안보적 완충지를 확보하고, 중국은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늘려 러시아의 대중 경제의존도를 높임으로써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와 함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지배력을 넓히는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었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1조 5537조 위안(약 293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7.2%나 늘리며 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할 방법을 하루빨리 찾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과 러시아의 유착을 더 더 강화시킬 것이다. 이렇게되면 중러 양국이 군사안보는 물론이고 에너지 및 경제 발전,더 나아가 탈 달러화에 이르기까지 전략적 협력 파트너 관계가 견고해져 반미 패권주의를 더욱 강화하게 할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중국의 숨은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전략적인 행보를 취해야 한다. 국제 질서의 대 격변기에서 한국은 강대국간 힘의 충돌이 한반도에 번지지 않도록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외교 전략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야할 것이다. 강대국들과의 적대적 관계 형성이나 협력 단절은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강대국과 외교적 협력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강대국의 힘이 한반도에서 충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서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들이 삼성과 아이폰 등 기존 판매 상위 제품들의 자리를 빼앗고 시장을 장악했다고 한다.우방이든, 적이든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한국은 미국 관계와 별개로 중국과도 치밀한 외교전을 펼쳐야 한다.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도, 러시아도 완전한 승리는 어렵다. 설사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도움을 받아 전쟁에 승리하더라도 통신,항만,도로 등 대부분의 인프라가 붕괴된 만큼 경제 전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 뼈아픈 한국전쟁은 우크라이나에게 거울이고,우크라이나 상황은 우리의 거울이다. 전 세계가 열광했던 한국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의 명대사가 떠 오른다. "제발 그만해,이러다가는 다죽어…." 전쟁 당사자들은 중재자를 찾아 의사소통을 확대하고 외교적 노력으로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빠른 협상만이 더 이상의 재앙과 파멸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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