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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PF '시한폭탄' 또 커져...부동산發 위기 현 주소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06 18:12

증권사 PF 우발채무 20.9조...매입확약 94.2%



고금리 장기화에 부동산 위기 지속 "중소형사 중심 신용위험↑"



금융당국, 정책금융 지원으로 미분양 방지 총력



"우발채무만으로는 위기 진단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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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최근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건전성 악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증권사의 PF 우발채무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섰고, 증권사가 신용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매입확약’ 유형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금융당국이 PF 사업장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하기 시작해 향후 부동산 시장 긴장감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업계에서도 우발채무 규모만으로는 정확한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지난 4일 발간된 ‘부동산 PF 대출 관련 증권사의 우발채무’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25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우발채무는 총 20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8곳의 우발채무는 12조4000억원으로 자기자본 4조원 미만 중소형 증권사 17곳(8조4000억원)보다 4조원 가량 많았다. 전체 우발채무 중 매입확약은 19조6000억원으로 94.2% 비중을 차지했다. 중소형사의 매입확약 비중은 약 98.7%로써 대형사(91.7%)를 상회했다.

부동산 PF 대출에서 증권사의 우발채무는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증권사가 유동화증권에 대해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매입보장과 매입확약 두 유형으로 나뉜다. 이중 매입확약은 증권사가 미매각 위험뿐 아니라 신용위험까지 부담하기에 위험부담이 크다.

증권사가 보유한 우발채무 중 매입확약 비중이 높다는 것은 증권사가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된 신용위험에 크게 노출됐다는 뜻이다. 특히 중소형사의 경우 우발채무 대부분이 고위험군이어서 대형사에 비해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비수도권 지역 사업장에서 미분양이 많이 나고 있다"며 "증권사 전체가 나쁘다기보다, 고위험군에 투자를 많이 한 증권사가 있는 만큼 부실 가능성을 경계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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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금융연구원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증권사의 높아진 우발채무가 확정채무가 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작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보다 정부와 당국의 노력으로 위기감이 많이 완화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물가파동 및 연방준비제도(Fed)의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결정에 따른 긴축 기조 장기화 우려가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이대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시공사 부실, 미분양 확대, 입주포기 증가 등에 따른 신용사건 발생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25개 증권사의 익스포져 중 29%를 브릿지론이, 12%를 비분양형 본PF가 차지하고 있다. 두 유형 모두 원자재 가격과 조달비용 증가에 따라 투심이 저하되고,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자금회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분양형 본PF 사업장 중에서도 미착공 및 공정률 50% 미만 사업장이 약 80% 비중을 차지한다. 이 역시 공사진행 및 미분양 가능성이 높으며, 분양에 성공하더라도 자금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현재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PF 익스포져 총량과 전체 분양대금 규모는 매우 크지만, 준공이 가능하다면 투자원금 회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업장의 공정률이 저조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업계 일각에서는 단순한 우발채무 규모만으로 증권사 PF의 실체적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나온다. 사업장의 위치, 자금조달 구조, 보증 주체 등 건별로 상황이 달라 전체 우발채무 규모로는 시장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이 건설사와 PF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하기 시작한 점은 긍정적이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건설사와 PF를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 공급액을 작년 말 대비 5조1000억원가량 늘리기로 발표했다. 시공사 부실 등 공정 지연 사유 발생 시 신속한 사업장 공정 재개와 준공 완료를 통해 미분양 증가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발채무 규모가 참고 지표로는 쓸 수 있지만, 최근 수년간 우발채무 규모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이라며 "다른 참고지표가 마땅치 않지만, 우발채무에 PF만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맹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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