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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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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북극에 대한 한국의 역할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06 10:35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EU연구소 소장/국제학부 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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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법학박사 EU연구소 소장


 과학기술의 발전 그리고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많은 국가들이 북극지역의 지하자원 개발의 잠재력과 경제적 이익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북극에 인접한 북미, 러시아, 유럽의 국가 등에서 더 적극적이다. 이 국가들은 여러 논제에 대하여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별도의 정책이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때로는 이것이 충돌하면서 국제적 갈등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07년 러시아는 북극점 아래 북극해의 바닷 속 깊은 산맥인 ‘로모노소프’ 해령(海嶺)에 자국의 깃발을 꽂고 북극점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인접 국가들은 이를 계기로 영유권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군사적 충돌 가능성과 안보 위기로 이어졌다. 오랫 동안 러시아 및 구 소련의 위협에 대응해온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최근 이런 상황과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압박감과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북극지역의 천연자원은 충분한 매력을 준다. 러시아는 야말반도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해 유럽과 중국으로 에너지를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한국도 가스운송선의 건조 등 이 에너지 운송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기후변화로 북극을 관통하는 북극항로까지 열리면서 북극 개발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북극지역이 가진 미래 가능성은 국가간 분쟁과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북극지역은 경제적 가치, 정치적 이익, 군사적 경쟁과 같은 국제사의 문제들이 마구 뒤엉킨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들을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북극이사회’를 설립했다. 북극이사회는 북극에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평화롭게 이야기하고 해결점을 찾으려는 북극인접 국가들의 ‘정부간 협의체’이다. 주로 기후변화 문제와 오염원의 북극권 이동, 북극해의 변화, 북극지역 원주민의 보호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정부 대표와 전문가들이 고민과 논의를 한다. 이를 통해 해법을 찾고 문제해결을 위한 약속을 한다. 그 약속이 바로 ‘조약’ 또는 ‘국제법’이다. 그러나 북극이사회는 그 자체로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국가들이 조약을 체결하도록 논의를 끌어내고 협상을 수월하게 하는 무대일 뿐이라는 한계가 있다,

북극지역에 관한 국제법 활용은 꾸준히 확산돼 왔다. 북극점과 노르웨이 본토 사이에 위치한 ‘스발바르제도’에 관한 영유권 문제를 처리하려고 만들어진 ‘스발바르 조약’을 살펴보자. 이 조약은 제1차 세계대전 후 베르사유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과 러시아, 노르웨이와 영국 등 북미와 유럽의 몇 몇 국가들만 서명했다. 하지만 현재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이 조약에 서명하며 조약이 명시한 의무를 받아들이고 동시에 세계의 많은 국가가 평화롭게 스발바르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비교적 최근에 러시아와 노르웨이가 체결한 ‘바렌츠해 및 북극해에서의 해양경계 획정 및 협력에 관한 협정’은 북극지역의 영유권 갈등을 조약으로 해결한 최근 사례이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의 법들이 서로 통일되지 못하고 충돌하며 새로운 갈등을 낳기도 했다.

북극지역은 오랫동안 이해관계가 교차하며 분쟁을 낳았던 무대다. 한국도 국제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북극지역에 관한 복잡한 이슈들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국제사회에서 북극지역에 관한 적극적인 역할을 찾고 실천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북극항로를 비롯한 이 지역의 활용에 관심이 많은 한국은 다양한 정책들을 실천해왔으며, 최근에는 ‘극지활동진흥법’을 제정해 지역에서 한국이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지켜야 할 원칙과 정부의 기본계획 마련 등을 명시했다.

북극이 가진 매력 뒤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또 다른 과제들이 숨겨져 있다. 북극이사회의 공식 옵저버 지위를 가진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책임도 가진다. ‘국내법의 역외적용’과 같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극지활동진흥법’과 같은 국내법과 정책을 바탕으로 정부와 국민들이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단순히 국가적 이익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다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이 되기 위해서 이러한 노력은 꾸준히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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