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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공정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혼조세를 띠고 있다. 반도체 관련주들은 오는 3분기를 기점으로 업황 반등이 기대되며 연초 상승세를 탄 바 있다. 그러나 부활하기 시작한 금리 인상 공포, 미국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이하 칩스법)에 의한 판로 축소 우려가 주가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 연말까지 부진했지만, 올 연초를 기점으로 다시 반등했다. 오는 3분기부터 재고 문제가 해소되고,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어지며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챗GPT’를 시작으로 인공지능(AI) 개발 및 운용이 유행하며 글로벌 반도체 수요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 양상은 한국거래소에서 집계하는 ‘KRX 반도체 Top 15 지수’에서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이 지수는 지난 1월 2일 연중 최저치(1381.47)를 찍었으나, 이후 상승세를 거듭한 끝에 이달 16일 1677.06을 기록했다. 한 달 반 정도 되는 기간 21.39%가 상승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월 주가 수익률도 각각 10.31%, 18.00%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달 중순 이후 주요 반도체 종목의 주가는 다시 혼돈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24일 미국에서 발표된 1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가 예상치를 웃돌며 다시 금리 인상 우려가 대두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역시 1.80% 하락했고, 엔비디아, AMD 등 주요 반도체 종목도 내린 바 있다.
특히 미국의 ‘칩스법’ 이슈가 부각되며 국내 반도체 기업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미 정부는 칩스법에 따른 반도체 보조금 신청을 받을 계획인데,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생산에 제한이 걸리게 된다. 미국은 이미 작년 10월 중국에 반도체 생산 설비를 둔 기업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조처를 내린 상태다.
이미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행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중국 내 투자 축소 및 철수를 결정할 경우 막대한 손해 및 공급량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탈중국’을 진행하는 사이 대만 TSMC 및 미국, 일본 경쟁업체들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상당 부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4일 상승 출발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칩스법 이슈가 부각되며 오후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타 각각 1.13%, 1.83% 하락 마감한 바 있다. 이날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장 대비 1.31% 하락한 6만500원에, SK하이닉스는 1.10% 하락한 9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직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추세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칩스법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고, 미국-한국 정부 간 협의의 여지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차원 대응책으로 반도체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K칩스법’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향후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 여부도 불분명한 상태"라며 "삼성전자는 미국에 생산설비가 있고, SK하이닉스도 연내 투자를 결정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나름의 대응책은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칩스법 등 지정학적 요인을 우려하고 있으나, 단기 전망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리 인상 우려가 다시 부상한 가운데, 성장성이 중요한 반도체 등 테크 섹터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 조정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아 당분간 주가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여, 투자에 주의하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산 독재국가에 대한 미국의 첨단 기술 제재는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인데, 이 과정에서 국내외 업체들의 판로가 축소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반도체 섹터의 중장기 미래는 여전히 희망적이나, 단기 미래는 재고조정이라는 고비를 맞닥뜨리게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