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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
지난 1월 30일 방한한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촉구했다. 같은 날 방한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 국가로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동맹과 동참했다. 또한 나토 한국대표부를 설치하고 사이버방위센터 정회원에 가입하는 등 나토와의 교류·협력을 강화해 왔다. 한국이 나토와 동맹국인 미국의 요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이 군사 지원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 손상이다. 러시아가 서방의 포괄적 제재로 고립된 상황에도 한국과는 상호 비자면제협정을 유지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경제·과학기술 분야에서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맺어 온 러시아와 향후 관계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우선 경제적 이익이다. 최근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효자 노릇을 하는 방위산업 수출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한국 무기체계 성능이 실전에서 입증되면 수요가 급증해 한국이 세계 3대 방위산업 수출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약 1000조 원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사업에 참여할 명분과 자격도 갖게 된다. 특히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사회간접자본 및 플랜트 사업 분야에 큰 역할이 기대된다.
두번째는 안보 이익이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이 대가로 북한에 현금과 각종 무기 및 군사 기술 지원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앞으로 한국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은 러시아가 북한의 전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재고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 또한 러시아가 위축되면 중국이 이 공백을 메우며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를 견제하기 위한 국제 안보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은 대만 침공 준비를 구체화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한 고도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한국이 향후 미국과 나토로부터 충분한 군사 지원을 미리 확보하는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그 다음은 국가 전략적 이익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으로 중장기적인 이익이 있더라도 당장 러시아와의 관계 파탄 등의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 한국은 이를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급증한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그만큼 북한의 핵 도발이 심각하다는 인식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확장억제 공약이 확고하다고 강조했지만, 한국의 잠재적 핵 보유 가능성을 계속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국제사회 압력과 제재를 감수하고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현재 고려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는 미국이 한국의 핵연료주기 완성 허용을 통한 핵연료 사용 관련 제한을 전면 해제하는 것이다. 핵연료주기 확보의 핵심은 전면적인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이 포함된다. 재 처리된 핵연료는 원자력 발전에 다시 사용하여 발전 비용을 크게 절약하는 경제적 이점과 함께 유사시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원료를 보유하는 효과가 있다. 일본은 미국의 양해로 핵연료주기를 완성했다. 한국도 일본 수준의 핵연료 자율적 활용이 가능해야 한다. 당장 더 큰 양보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이 정도는 한미 간 합의가 충분히 도출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마음만 먹으면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즉시 대규모 군사 지원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의 부족한 포병 전력을 신속히 강화할 수 있다. 이미 수백만 발의 재고가 있는 105㎜ 포탄을 포와 함께 제공하여 우크라이나 전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외 155㎜포탄과 박격포탄을 비롯한 각종 총포탄 등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국가는 세계에서 거의 한국 밖에 없다.
한국이 앞장서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주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종전을 앞당기기 위한 국제적 기여와 함께 한국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면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지원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이는 한국이 기본적인 핵 능력을 확보하여 국민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납득 가능한 전략적 선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