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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 시장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길었던 금리 인상 기조가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자, 기업들도 자금조달 수단으로 다시 회사채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으로부터 ‘긴축 공포’가 되살아나자, 다음 달부터는 회사채 흥행이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5조3860억원 규모 회사채가 발행된데 이어, 지난 한 주(20일~24일)에는 2조7791억원어치 회사채가 발행됐다. SK디스커버리, 한화토탈에너지스, 포스코케미칼 등 대기업들 위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조달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회사채 수요가 몰리며 수요예측도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23일 신용등급 A+ SK매직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300억원을, 그 전날에는 AA+ 부정적 등급 전망의 롯데케미칼이 6200억원을 끌어모았다. A 등급의 건설사 GS건설은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2년물 1500억원 모집에 2190억원 매수주문을 받아냈다.
증권사들은 부채발행시장(DCM) 흥행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올해 들어 발행된 회사채 중 SK하이닉스(1조3900억원), KB금융지주(6000억원) 등은 SK증권이, LG화학(8000억원), 포스코(7000억원) 등은 KB증권이 주관했다. 연초임을 감안할 때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지난해 2022년 공모 회사채 발행액 규모 (총 129조8709억원)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회사채 시장은 금리 인상 및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2018년 이후 4년 만에 130조원 돌파에 실패한 바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자 회사채 시장도 다시 활기를 띠는 것으로 보인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직 고금리 상황이지만, 채권 시장 금리는 작년에 비해 내려오고 있는 추세"라며 "기업들은 미리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해놓자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DCM 부서 담당자는 "최근의 회사채 강세는 연초 수급요인 및 작년 지나치게 올라간 금리와 벌어진 크레딧 스프레드에 기인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수급의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 당분간 회사채 수요모집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 일각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금리 공포’가 되살아나며 회사채 시장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결과 인플레이션 감소 속도가 더디게 나타났고, 동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5.4%로 직전 월보다 오히려 높아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도 커진 것이다. 한국은행의 2월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3.5%)를 동결했지만, 역전된 한-미 금리차를 고려하면 차후 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국고채 주요 금리가 기준금리를 넘어서며 회사채 발행 시장 강세흐름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기준 국고채 3년(3.555%), 5년(3.565%), 10년(3.525%) 등의 금리가 3.5%를 웃돌았다. 주요 국고채 금리는 이달 중순부터 기준금리를 추월했다.
안 연구원은 "아무래도 회사채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가 다소 위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간신히 완판에 성공하는 등 추세가 꺾이기 시작한 모습이 보이고, 1월~2월에 수요가 강했던 만큼 3월부터는 소강 상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