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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탁결제원. |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제 23대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자리를 두고 ‘낙하산’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차기 사장 자리에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 출신 인사가 이미 내정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예탁원 신임 사장 선임은 이달 중 결론을 맺는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원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날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 실장과 박철영 한국예탁결제원 전무이사, 도병원 전 흥국자산운용 대표 등 3명의 후보와의 개별 면접을 진행했다.
앞서 예탁원 임추위는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11일간 공개 모집과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후보자 공모를 받았다. 당초 사장 공모에 응모한 후보자는 총 11명으로, 임추위는 이들을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진행한 뒤 면접 대상자 3명을 확정했다.
박철영 전무는 후보자들 가운데 유일한 내부 임원이다. 박 전무는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1년 예탁원에 입사해 법무팀장, 전자증권팀장, 리스크관리부장, 경영전략부장, 경영지원본부장, 예탁결제본부장 등을 거쳤고 2020년 5월부터 전무를 맡았다.
도병원 전 대표는 2019년 1월 흥국자산운용 신임 대표로 취임해 작년 3월까지 3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0년 대한투자신탁운용(현 하나UBS자산운용)에서 주식 매니저로 시장에 발을 담궜으며 삼성자산운용 리서치센터장, 사학연금 투자전략팀장, 흥국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일해 온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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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탁결제원 노동조합이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사장 선임 절차 중단 관련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예탁원 노조 |
낙하산 논란은 이순호 실장의 예탁원 사장 내정설이 흘러나오면서 시작됐다. 이 실장은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6년부터 금융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총괄한 경제분야 구성원으로 참여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 실장이 NH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실장은 지난 17일 일신상의 이유로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직을 사임한 상태다.
NH농협금융지주 자회사인 NH투자증권은 현재 옵티머스펀드 관련 손해액을 투자자들에게 배상한 뒤 예탁원 등을 상대로 구상권 손해배상을 제기해 소송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건으로 투자자들의 손해액(2780억원)을 모두 배상했다. 그러면서 2021년 상반기 예탁원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구상권 손해배상을 제기한 상태다. NH투자증권은 예탁원이 사무관리회사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수천억원 규모의 소송가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실장이 예탁원 사장이 된다면, 원고 측 인물이 소송 진행 중 피고 측 대표가 되는 셈으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후 논란의 소지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실장의 NH농협금융 사외이사 사임도 이같은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 차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탁원 노동조합도 이 실장의 내정설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제해문 예탁결제원 노조위원장은 "창립 이래 현재까지 노조가 낙하산 사장 선임에 대해 일시적 반대 입장 표명을 하거나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이는 취임 후 역할을 잘 해달라는 메시지 측면이 강했다"며 "사장 내정자로 알려진 이 실장의 전문분야와 경력, 직급, 이해상충 문제를 볼 때 예탁원 사장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 위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사장 선임절차를 모두 중단하고 재공모를 실시해 자격이 있거나 힘 있는 사람이 사장으로 선임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호 예탁원 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30일부로 만료됐다. 다만 차기 사장 선임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당분간 임기를 이어갈 방침이다. 예탁원 사장의 임명권은 금융위원장이 가지고 있다. 임추위에서 사장 후보가 추천되면, 임시 주총 승인을 거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임추위는 이달 28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 1명의 최종 후보를 올릴 계획이다. 사장 임기는 3년이다.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