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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
ALPS 처리수의 해양방류에 대한 논란이 수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원자력 과학자들은 "방류해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중에는 다른 과학을 전공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들이 과학적 능력이 있더라도 후쿠시마에 저장돼 있는 처리수의 정확한 방사능 농도와 배출기준까지 찾아보지 않으면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 개중에는 아예 과학적 합리성 없이 강한 주장만 펼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주장이 진실일까?
진실은 과학적 진실이 있고 사회적 진실이 따로 있는 듯하다. 어떤 회사의 실체적 가치와 가능성이 있고 사람들이 믿고 있는 가치와 가능성이 있다. 전자가 나쁘더라도 후자가 좋으면 주식시장에서 그 회사의 주가는 믿음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올라갈 것이다. 즉 본질과 관계없이 사회적 진실이 통하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적 진실만이 진실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다만 사실보다 인식이 지배하는 사회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ALPS 처리수 방류의 위험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은 있다. 후쿠시마 ALPS처리수의 방사성물질의 농도는 얼마인가? 현재 방사성물질의 농도가 배출기준보다 높은가 혹은 낮은가? 일본의 배출기준은 우리나라 배출기준과 같은가 혹은 다른가? 이러한 사실 확인이 과학적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반면 언론에서 종종 논의되는 내용은 ‘수산물이 팔리지 않는다’, ‘학부모들이 걱정을 한다’, ‘단체도 반대를 표명했다’, ‘일본이 정보 제공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무시하고 있다’, ‘중국도 반대한다’ 등과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아는 것이 정답일까?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당시 교부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시의 사회적 진실은 천동설이었기 때문이다. 교부들이 모두 천동설이 옳다고 생각한 것도 아닐 것이다. 천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땅이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사회적인 혼란이 예상됐다거나 신학적으로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에 따라 정치적 판단을 내놓은 것이었으리라.
후쿠시마에서 방사성물질을 접한 건물 내 체류수가 발생하는 이유는 건물 주변 지하수의 수위를 건물 내에 체류하는 물의 수위보다 높게 하도록 관리하고 있어,결과적으로 건물 내부에 유입되는 지하수가 폐 연료의 냉각수와 섞이기 때문이다. 건물 주변 지하수 수위를 높게 유지하는 이유는, 마치 음압 병동과 같이, 방사성물질에 접한 물이 지하수를 타고 건물 밖으로 나가기보다 지하수가 유입되도록 하는 것이 환경적으로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이 물은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물질을 걸러내는 알프스(ALPS)라는 필터를 거쳐 저장된다.
일본의 삼중수소 방류기준은 리터당 6만 베크렐 이하인데 일본은 이를 해수에 희석해 리터당 1500 베크렐 미만으로 방류한다는 것이다.한편 우리나라의 방류기준은 리터당 4만 베크렐로 이 기준에 따라 국내 원전에서도 삼중수소가 방류되고 있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이 리터당 1만 베크렐이고 호주의 음용수 기준이 리터당 6만 베크렐이다. 따라서 일본은 매우 엄중한 기준으로 삼중수소를 방류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제3자 입장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가 참여하는 IAEA 태스크포스가 ALPS처리수 방류가 IAEA의 안전 기준에 맞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기술적 리뷰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아직 ALPS 처리수가 안전하다고 하지 않았고 일본 정부의 조치에 동의하고 있지 않다. 이해는 된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방식으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