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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이번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에 기준금리가 동결될 경우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23일 열리는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무게를 싣고 있다. 금리 인상 요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7차례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중단된다. 앞으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낮다는 판단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꼽는 것은 높은 물가다. 지난 1월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5.2%로 전월(5%)에 비해 더 높아졌으나, 이는 공공요금 인상에 의한 것으로 한은이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는 해석이다. 반면 외식 물가는 둔화되고 부동산 가격도 하락하고 있어 5%대의 물가 상승에만 중점을 두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차도 금리 인상의 변수로 꼽히지만 한은은 한미간 금리 역전 자체를 크게 우려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4.75%로 한국과 최대 1.25%포인트 차이가 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줄곧 "미국의 금리 인상을 기계적으로 따라가지는 않는다"며 "한미간 금리 격차로 반드시 자본유출이 일어난다고 볼 수 없으며, 환율 절하로 인한 물가 영향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만큼 한은이 8번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할 유인도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앞선 인상 폭보다 낮은 0.25%포인트 높이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FOMC 위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 적절한 금리 수준을 5∼5.25%(중간값 5.1%)로 예상했다. 최근에는 최종 금리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현재 뚜렷한 원화 약세 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란 게 시장 판단이다.
물가와 한미간 금리 격차에 대한 우려가 다소 줄어들면서 한은은 물가와 경기 안정을 모두 고려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현재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진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민간 소비와 투자 위축,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이어지고, 가계와 기업의 금리 부담이 커지며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한은은 올해 수정경제전망치를 낮출 것을 예고한 상태다. 앞서 한은은 지난 1월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1.7% 보다 하회할 것으로 예상해, 이번 수정경제전망에서 1.5%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경제심리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8월 이후 기준선인 100pt를 하회해 지난달에는 91.3pt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의 진행형을 시사한다"며 "대표적인 경기 침체 시그널인 장단기물 금리 스트레드도 역전돼 침체를 피하기 어려운 시국"이라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과도했다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는데, 서비스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수출 중심의 국내 경기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단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한은은 매파적 태도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아직 금리 인상에 대한 변수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 해석을 경계하기 위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란 분석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에서 인플레이션 자극을 차단하려는 일말의 노력으로 추가 인상 여력이 있고 아직 인상 효과를 지켜보는 중이라는 발언 정도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