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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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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중국 시장,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20 10:21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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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보 숭실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지난달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127억 달러 적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서비스 수지도 적자를 나타낸 가운데 다행히 소득본원수지(임금·배당 등)가 흑자를 기록하며 경상수지는 흑자를 달성했다. 자본시장에는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주가도 어느 정도 회복되고 원·달러 환율도 안정을 찾았다. 그럼에도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수출이 악화되는 것은 실물경제 기반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증가시킨다.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4분기에 급락한 후 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무역수지 악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가격 주기는 경기 주기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등락을 반복한다. 그 동안 반도체 호황기가 길어지면서 우리나라 수출 증가를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불황기를 준비하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 부분이다. 더구나 원유, 광물자원 등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폭등으로 수입이 급증하면서 수출과 수입 양면으로 불리한 국면을 맞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 주기나 원자재, 중간재 수입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4.4% 감소하고 수입이 11.5% 증가하면서 대중국 무역흑자가 전년 대비 무려 231억 달러 감소한 12억 달러로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대중국 무역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 요인을 보면 수출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감소했고 수입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증가했다.

무역의존도는 수출의존도와 수입의존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여타 국가에 대한 수출이 뚜렷하게 증가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를 낮춘다는 것은 엄청난 규모의 무역적자를 초래할 수 있다. 수출의존도는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수출이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우리나라의 1위 수출품인 반도체는 중국을 대체할 만한 시장을 찾기 쉽지 않다. 중국은 홍콩을 통한 우회수출을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55%를 차지한다. 대중국 수입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중국보다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소재와 부품을 수입할 수 있다면 당연히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낮아질 것이다.

지난해 세계 각국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상황에서도 전년 대비 대중국 직접투자(FDI)를 9% 늘어난 1891억 달러로 확대했다. 이 흐름에 역행한다면 한국의 입지는 중국 시장에서 더욱 약해질 것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대만(8.85%)에 이어 2위(7.37%)다. 중국 정부가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우호적인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위드코로나 정책 전환으로 우리나라 화장품 등 소비재 주가가 크게 상승했고 중국의 생산이 회복되면서 우리나라 중간재 수출도 회복될 전망이다. 반도체 가격 급락 충격이 한 동안 지속되겠지만 중국의 위드코로나 정책이 반도체 가격 회복을 앞당길 전망이다. 그리고 중국 관광객의 우리나라 방문이 증가하면서 여행수지 회복으로 서비스무역수지도 개선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우리나라 주력수출품의 수요처가 중국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수출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한다. 우선 원자재를 가공한 소재, 부품 등 중간재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원유를 수입해서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모델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중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이나 중국 기업과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 한 때 가성비 전략으로 중국 시장에서 최상위권에 올랐던 삼성 스마트폰이나 현대자동차는 중국 로컬 기업의 가성비에 밀려 바닥으로 추락했다. 반면 초기부터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한 애플이나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정부도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함으로써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해야한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심해지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입장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유연한 입장을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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