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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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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행동주의 펀드의 귀환, 기업 대비책 서둘러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15 10:08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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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


 최근 행동주의 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부 행동주의 펀드의 주장이 소수주주와 여론의 지지를 받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었다. 행동주의 펀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첫 번째 시각은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와 기업가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즉 현재 경영진을 견제하여 기업 가치를 높이고 배당을 늘려 소액주주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각은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적 이익 추구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결과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해친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배구조 투명성, 주주가치 제고 등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짧은 시간에 최대한 수익을 거둔 뒤 발을 빼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기업의 장기적 발전, 일자리 창출 등에 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이는 과거 단기차익을 실현하고 해외로 철수한 소위 해외 투기자본의 ‘먹튀’ 사례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3년 SK와 소버린간 분쟁이다. SK측은 자사주 매입, 위임장 경쟁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해 1조원의 비용을 지출한 반면, 소버린 측은 2년 만에 투자금의 5배에 이르는 약 1조원의 수익을 거두고 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칼 아이칸, 헤르메스, 타이거 펀드 등이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해 짧은 기간에 많은 수익을 내고 우리나라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다.

앞으로도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기업에 대한 경영권 위협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국내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증명된다.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국내기업 수가 2017년 3개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47개로 15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 행동주의 펀드뿐만 아니라 토종 행동주의 펀드도 기존 ‘기업사냥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 쇄신 노력과 함께 공모펀드 인수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더구나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세계적인 ESG 열풍 등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도 성숙되고 있다.

문제는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게 골치 아픈 존재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배척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도 엄연한 주주이다. 기업에 대해 다소 과격한 요구를 하는 것은 맞지만 현행 법령이 허용하는 주주권 행사를 임의로 막을 수 없다. 행동주의 펀드의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면 기업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행동주의 펀드에게 공격당할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최소화해야 한다. 지배구조, 사회공헌,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사건의 사전 예방, 업계 평균 대비 배당 수준 등 기업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ㆍ보완하여 행동주의 펀드가 공격할 여지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평소에 기관투자자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주식을 대량으로 확보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무성과가 좋지 않은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책동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상법, 자본시장법, 스튜어드십 코드, ESG 관련 법령과 가이드라인 제ㆍ개정 등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변화를 면밀하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동향도 살펴야 한다. 국민연금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7%에 달하는 자금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큰 금액이고 그만큼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국민연금이라는 공적기관이 특정 기업에 대해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지적한다면 행동주의 펀드는 국민연금의 의견에 편승해 기업의 경영에 관여 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기업 경영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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