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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
마침내 오존층 파괴를 막아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 초 공동 연구보고서를 통해 "2040년이면 오존층이 1980년대 구멍이 생기기 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반가운 전망을 내놨다. 한 때 ‘꿈의 냉매’로 불리던 프레온가스(CFC)가 오존층 파괴 물질로 밝혀지자, 국제사회는 1987년 CFC 사용 금지와 대체물질 개발을 독려하는 몬트리올의정서를 채택하고 30여 년간 합심해 CFC 사용량을 99% 줄이면서 드디어 오존층 회복을 확인한 것이다.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빚어진 지구환경 파괴를 연구개발과 지구촌 협력을 통해 해결한 최초의 결자해지 방식의 쾌거라 할 수 있다.
이번 몬트리올의정서의 성공은 국제사회가 또 다른 지구환경 문제인 기후변화 해결에도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물론 기후변화는 오존층 파
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복잡해 단순한 몬트리올의정서 방식의 도입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이번 성공은 기후변화 대응의 타
산지석이 되기에 충분하다. 몬트리올의정서는 체결 당시 신기술이었던 HFC 개발 성과를 고려해 CFC 사용을 점진적으로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하고, 규제는 다시 연구개발을 자극해 더욱 발전된 대체물질이 만들어지는 선 순환을 통해 오존층 파괴를 막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의정서 채택 이후 프레온 가스 대체재 개발을 위한 각종 연구 지원 기금이 약 39억 달러가 모였고 지금까지 약 8600개 연구를 지원해, 냉매는 CFC, HCFC, HFC를 거쳐 HFO로 계속 진화할 수 있었다. 결국 오존층 회복은 오존층 파괴 물질인 CFC를 현실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신기술의 가용성과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의 경제성 향상으로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30년 넘게 노력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일부 유럽 국가들이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30% 줄였다고 하지만, 이것도 따져보면, 철강, 석
유화학, 조선, 자동차와 같은 온실가스 다 배출 산업을 우리나라, 중국 등으로 이전한 효과가 뒤섞인 결과다. 유럽에 국내산 철강을 많이 수출할수록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한다는 말이다. 탄소중립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배출 총량을 줄이는 것이지, 배출량의 국제간 분산 따위의 숫자놀음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계 돌파형 신기술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절대량 감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무탄소기술인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저장장치는 전 세계 에너
지소비의 85%를 점하고 있는 화석에너지를 그것도 앞으로 30년 만에 대체하려는 탄소중립 목표 앞에서는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와 같다. 그럴싸해 보
여도 실제 탄소중립 달성에는 역부족인 기술 수준이라는 말이다.
한계돌파형 기술개발 없는 탄소중립은 허구다. 하지만 막연한 희망에 기대어 기술적 낙관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완성 시점이 불투명한 미래 기술
을 현실 정책 시나리오에 무분별하게 포함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훗날 탄소중립의 실패를 기술개발 지연 탓으로 돌릴 여지만 줄 뿐이다.인내심이 필요할 때다. 한계돌파형 기술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신기술이 개발할 때까지는 현재의 기술을 적극 활용해 기후변화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동시에 기술개발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CFC 사용 금지로 극지방 오존층 구멍이 메워지듯이, 한계돌파형 기술이 개발되면 지구온도는 서서히 제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관건은 한계돌파형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일정 수준의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며 버텨내느냐에 있다. 우리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여전히 연약한 존재다. 자연의 변화에 맞서기 보다 적응력을 높이는 편이 오히려 현명한 행동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