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국내 마이너 완성차 업체의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10 14:51

김필수 김필수자동연구소 소장/ 대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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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대림대학교 교수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국내시장 신차판매 점유율이 88%를 넘는 호실적을 거뒀다. 더 이상 높이기 어려운 역대급 실적이다. KG그룹 품에 안긴 쌍용차(KG모빌리티)도 신차 토레스의 인기에 힘입어 연간 판매 5만대를 넘어 국내시장 3위에 안착했다. 르노코리아가 5만 여대로 4위, 한국GM은 3만 여대로 꼴찌다.한국GM은 연간 전체 판매량이 현대차의 인기모델인 그랜저(6만 여대) 한 모델의 절반수준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제외한 이른바 국내시장 ‘마이너 3사’의 경우 존재감과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쌍용차는 새 주인을 찾았지만 아직은 ‘부활’보다는 ‘생명연장’쪽에 가깝다. 토레스 가솔린모델의 판매호조는 가성비보다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전반적인 수급난에 따른 반사효과 영향이 크다. 물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도 한 몫 했다. 그렇더라도 결과적으로 선전했다.

쌍용차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에 대한 기술확보와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LPG 겸용의 바이퓨얼 모델 출시는 그 좋은 대안이다. KG그룹도 평택공장 부지의 활용방안 마련 등을 통해 쌍용차의 미래기술 개발 등 자생력 확보를 위한 ‘실탄’을 공급하는 데 힘써야 한다. KG모빌리티로의 사명 변경을 미래 자동차 기업으로의 도약 계기로 삼아야 한다.

로노코리아도 미래가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신차 없이 여전히 QM6 등 LPG 모델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다. 한때 QM3는 6개월 이상을 기다릴 정도로 흥행몰이하기도 했다. 이렇듯 르노코리아도 국내에서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모델 개발에 대한 실력을 갖춘데다 한국GM에 비해 운신의 폭이 커 충분한 성장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에서 가장 불확실성이 큰 곳이 한국GM이다. 경차인 스파크 단종과 부평2공장 생산중단으로 이렇다 할 자체 신차가 없어 판매실적이 바닥을 기는 데다 노조리스크까지 겹치면서다. 효율성을 제1의 가치로 삼는 본사에서 사업 철수 가능성 마저 제기된다. 국내에 비해 GM본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된 자동차 라인업을 잘 갖추고 있는 만큼 OEM수입차로 다양하게 무장하는 것은 물론 국내의 우수한 인력을 활용해 전기차 생산 등의 거점으로 키우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 GM의 대표적인 전기차 모델인 ‘시보레 볼트’가 한국GM에서 전적으로 개발하고 모든 특허와 시설을 미국으로 옮겨,현지 제작해 국내로 수입하여 판매하는 잘못된 사례가 더 이상 재현돼서는 안된다.

한국GM은 미국 본사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GM이 사는 길은 미국 본사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의 독자적인 능력을 갖추는 일 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우수한 인력을 활용한 기술개발과 역량강화다. 르노코리아의 독자적인 역량 강화 전략을 참고할 만하다. GM은 최근 한국GM의 회사 이름을 ‘GM 한국사업장’으로 바꾸고 미국 현지에서의 다양한 신차를 국내 시장에 도입한다고 발표해 주목 받고 있다. 이른바 미국산이라는 ‘아메리칸 스타일’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외적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행진을 하는 현대차·기아에 비해 국내 완성차업계 마이너 3사 에게는 녹록지 않은 난관과 과제가 놓여 있다. 이 가운데 외국계인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은 본사측의 ‘철수’라는 초강수가 대기 중이다. 저조한 실적이 이어지고 노조리스크까지 지속된다면 본사에서 철수 카드를 뽑아들 수도 있다.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는 ‘한국에서 통해야 외국에서도 통한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그만큼 국내 자동차시장은 한편으로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국내 마이너 3사는 이 기회의 땅에서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 올해가 골든 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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