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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은 최근 ‘선택과 집중’ 차우너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 등기임원에서 물러났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사업 영토를 넓히고, 기존 사업군은 내실을 다지며 ‘뉴 롯데’ 도약에 힘쓰고 있다. 작년부터 현장 경영 횟수를 늘리고 임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사업 분야별 ‘선택과 집중’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 등기임원직에서 최근 물러났다. 그는 2005년부터 이 회사 기타 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이사회 의결에 참여해왔다.
이를 통해 신 회장이 등기이사로 이사회 의결에 참여하는 계열사는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캐논코리아 등 4곳으로 줄었다. 집중해야 할 사업 위주로 업무 재조정을 한 것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신 회장은 작년 8월 특별사면 이후 롯데그룹 체질 개선과 내실 다지기 작업에 주력해왔다. 코로나19 위기로 쪼그라든 유통 사업군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순혈주의’를 과감하게 깨고 외부 인재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롯데 유통부문을 총괄하는 수장에 ‘순혈’이 아닌 외부 인사가 온 것은 1979년 회사 출범 이후 처음이다.
신사업에는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신 회장은 향후 5년간 37조원 규모를 투자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구상을 작년 공개했다. 롯데그룹은 이로 인해 최근 바이오, 전기차 등 신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생산공장 인수에 2000억원을 베팅했다. 같은 해 6월에는 바이오 사업을 전담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만들었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합병, 미니스톱 인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도 신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분석이다.
올해를 혁신과 도전의 한 해로 삼겠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영구적 위기의 시대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면서 함께 도전한다면 올해가 ‘새로운 롯데’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만큼 철저하게 리스크를 대비하고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통 공룡’ 롯데를 넘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는 뜻을 임직원들과 공유한 셈이다.
지난달 열린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자리에서는 "경영 환경이 안정적이었던 지난 10년과 다른 상시적 위기의 시대가 됐다"며 "새롭게 도전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는 각오를 밝혔다.
시장에서는 신 회장이 뉴 롯데 비전 실현을 위해 ‘책임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으로 건설 분야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자 신 회장은 사재 약 12억원을 투입했다. 호텔군에 속해있던 롯데물산의 소속을 롯데지주 산하로 바꾸며 내부 질서를 다잡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큰 그림 뿐 아니라 경기침체 우려 등 당장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신 회장 입장에서) 숙제"라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