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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삼성전자는 30년 이상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위기’ 극복을 위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수요 위축이 지속되고 있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경쟁사들을 아직 압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또 한 번 ‘퀀텀점프’를 위해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1983년 2월8일 이른바 ‘도쿄선언’으로 불리우는 반도체 사업 도전 의지를 언론에 알렸다. 이 창업회장의 결단을 통해 삼성은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40년이 지난 현재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특수를 누렸지만 급격하게 경기가 얼어붙으며 최근에는 ‘적자 위기’에 놓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9%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는 ‘반도체 겨울’이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고객사들 재고가 쌓여있는데다 수요도 줄어 업황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대로 작년 1분기보다 8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인 반도체는 적자를 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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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반도체 쪽 ‘큰그림’을 그리며 중장기 비전을 제시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공개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2021년에는 기존 계획에 38조원을 더해 총 17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다만 아직 성과는 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만 TSMC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56.1%, 삼성전자 15.5%였다.
이 회장은 우선 연구개발(R&D)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마진이 줄어도 투자는 전년과 유사하게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이 ‘제2의 도쿄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업성을 보고 주위의 비웃음을 이겨내고 반도체 시장에 진출했던 ‘총수의 결단’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대형 M&A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00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지니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대규모 M&A를 추진한다는 사실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선언’ 이후 통상 18개월 이상 걸리는 반도체 공장을 6개월만에 완공한 경험이 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1993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에 올라 30년 이상 ‘왕좌’를 지키고 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