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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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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AI 변혁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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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철 세종과학포럼 회장/ 전 KAIST 인공지능연구센터 연구교수


민주주의가 정착한 나라에서 지도자를 뽑을 때,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외치는 전형적인 공약이 있다. 바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자리 증가는 바로 그 나라의 경제성장률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추락하는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사태를 지나오며 우리나라의 경제 3주체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이 겪은 고통일까. 아마도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는 세계가 인류 역사상 일찍이 격어 보지 못한 사태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환경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최근 실적을 보면, 놀랍게도 코로나 이전보다 급격히 성장한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과연 그들은 소위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것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어차피 오고 있는 변화의 물결이 예상보다 좀 더 빨리 우리를 덮친 것이고, 그 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대비한 기업들이 물만난 고기처럼 성공적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폐쇄적 고립에 빠진 나라들이 쇠퇴하고 몰락한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스페인,포루투갈이 그랬고 구한말 조선이 그랬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코닥이 그랬고, 노키아가 그랬다.

이제 이 코로나가 물러가면 진짜 생각하지 못한 더 큰 위기가 인류를 덮칠지 모른다. 이 거대한 쓰나미에 진짜 대비하지 못하면 국가도 기업도 견뎌내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위기의 실체는 바로 인공지능이라고 단언한다. 인간이 치러야 할 전쟁의 대상이 인류를 위협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지금 전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폭군의 러시아도 아닐 수 있다. 바로 기계인 것이다.

200년 전 일어났던 산업혁명의 역사를 보면, 기계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영국의 생산성이 급격히 올라갔고, 결국은 전세계 영토의 3분의 1을 식민지로 지배하는 초강국이 되었다.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노동자들이 러다이트 운동을 일으키며 기계를 부수는 사태도 일어났다. 그러나 지금의 시점에서 살펴보면, 결코 산업혁명이 인간의 일자리를 단순히 빼앗지 않았다. 정확히 노동자의 일자리 환경이 변화한 것 뿐이다. 그리고 산업은 저부가가치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되었다. 그에 따라 일자리도 바뀌었다.

이제 인공지능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기계기술이 우리의 모든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난리법석이다. 100년 전 일어났던 기계파괴 사회운동이 다시 일어날 기세인 것이다. 그러나 역시 역사의 반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결코 우리의 일자리는 없어지지도 줄어들지도 않을 것 같다. 물론 망하는 나라와 망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산업혁명으로 성공한 영국으로 패권이 넘어가고, 다시 IT강국으로 부활한 미국으로 산업의 패권이 넘어가듯이, 경제지도가 바뀔 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쇠퇴할 뿐이다. 그리고 새로이 무장된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가 신흥강자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변화의 물결로 일렁이는 AI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역시 IT 강국 미국과 그리고 거대 인구로 맞서고 있는 제조 강국 중국이다. 그리고 실체적 주체는 그 나라의 빅테크 기업이고 그 기업들의 강력한 연구비 후원을 받는 대학 연구기관들이다. 본 글에서 주장하는 바를 이제 요약하고자 한다. 절대적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물결에 올라타는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만이 생존하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무조건 공부하고 학습해야 한다. 고도 성장기의 대한민국이 그랬듯이 인적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나서서 제도 정책 투자 각 부문에 변화를 대비하고 사회전반 곳곳을 통째로 정비해야 한다. 기업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금까지 써왔던 성공신화의 자신감과 습관을 모두 버려야 한다. 새로운 게임체인저들의 세상이 열리는 새로운 판에는 기존의 무기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무조건 정부에 의지하고 기업에 목말라 기다려서는 안된다. 스스로 살아남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 방법은 이미 도처에 있다. 인터넷에 풍부한 교육자료가 개방과 공유의 시대정신에 맞춰 차고도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 공부하고 학습하는 각자도생식 생존방식만이 답일까. 그렇지도 않다고 단언한다. 먼저 정부가 나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이에 민간기업이 적극 참여하는 정책 개발 그리고 대학 연구기관도 발맞춘 개혁이 적극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한마디로 총체적 변화를 이끄는 사회운동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계를 지배하는 그날 인간사회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3일만 일하고 4일 쉬는 토마스 모어가 꿈꿨던 세상, 바로 그 유토피아가 실현되는 날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며 인류에게 충격을 주었던 7년전 사건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 그 인공지능이 알파폴드로 진화하며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는 백신을 만들어내고, 최근 OpenAI가 개발한 GPT-3로 변신하여 우리의 모든 창작활동을 대신할 수 있는 꿈 같은 현실이 지금 우리에게 닥쳐 오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과 에너지 자급이 안되는 척박한 나라에서 세계 10대 강국이 된 대한민국의 시계는 현재 과연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가.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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