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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난방비와 전기요금 폭탄 논란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원금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임시방편으로 넘길 생각만 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위기상황임을 설명하고 요금 현실화와 시장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5일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정치권에서 국민들에게 지금 상황이 국제적 위기라는 점을 분명히 알리고 사회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특히 음식점들에 재난지원금 성격의 지원을 하면서 가격은 계속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지금 에너지 위기가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도 아니고 2∼3년 동안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지원금으로 넘긴다고 해도 당장 오는 여름, 내년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매년 그때그때마다 재정 지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뭐라도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이니까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재정도 부족하다. 과거에도 논란이 일면 이런 식으로 대처하다 보니 계속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과제에도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에너지시장을 조성한다고 했는데 언론에서 폭탄이라고 하니 너무 휘둘리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전력정책팀장)도 "정치권이 자기모순적인 게 지난해 연말에 가스공사와 한전 채권한도 상향안을 통과시킬 때는 가격을 정상화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폭탄 논란이 번지니 이번에는 요금인상을 막고 지원금을 주려고 하고 있다"며 "일관성도 없고 책임감도 없어 보인다. 여야가 서로를 탓 하고 있는데 둘 다 접근 방식이 틀렸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은 "지원금의 경우 재원은 결국 추경을 통해서 해야 하는데 ‘조삼모사’"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요금으로 안 낸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다 세금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추경이 누가 기부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납세자들이 낸 세금으로 편성하는 건데 마치 자신들이 선심 쓰는 것처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위기 상황 설명하고 가격신호·소비 절약 유도해야"
에너지원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국민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교수는 "시장 상황에 맞게 가격을 조정하지 않고 보조금을 주면 사람들은 막 써도 되나 보다라고 오해할 수 있다"며 "상황에 맞게 생활 패턴을 바꾸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비용을 가격에 반영해서 확실하게 가격 신호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아무리 이렇게 난방비 폭탄이라고 한 곳에서는 얘기를 하지만 여전히 고지서 쳐다보지도 않고 반팔 반바지 입고 생활하는, 한 달에 10만 원 정도 더 지출한다 한들 크게 개의치 않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며 "그런 가구들한테까지 지원금을 주거나 가격을 할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격은 정상화하되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강화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다.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해서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알리는 게 우선인데 그 얘기를 안 하고 정쟁과 지원금 형태로 해결하자는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도 "소비자들이 겨울에 난방을 많이 틀어야 되는데 요금이 올라가서 부담된다고 하는데 이것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카타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국들이야 자원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으니 국민들로 하여금 펑펑 쓰게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의 전량을 수입해서 쓰는 상황에서 쓰고 싶은 만큼 에너지를 다 쓰는 게 당연한 게 아니다"라며 "다른 재화들은 요금이 오르면 줄이는데 에너지는 유독 그런 게 없다. 정치권에서 우리나라가 그동안은 싼 가격에 부담 없이 쓸 수 있었던 게 사실이었지만 이제는 좀 아껴 써야 한다는 걸 객관적으로 설명해줘야 되는데 단순히 난방비 폭탄이라는 기사가 쏟아지니 지원금을 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지속 가능한 방향이 아니다. 지원금을 준다고 해도 그게 다시 인플레이선 압력으로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 "요금 현실화 안하면 앞으로도 지금 같은 상황 되풀이"
이번 논란의 시발점은 국제 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이다. LNG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었고 전쟁으로 가속화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요청에도 계속해서 관련 요금 인상 요인을 억누르면서 반영을 하지 못했다.
정 위원은 "지금 전기요금이 1년 전과 비교해 25% 이상 올라서 사상 최악이라고 하는데 연료 가격은 100%가 넘게 올랐다. 그걸 생각하면 오히려 우리나라는 너무 잘한 건데 폭탄이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 때 반영하지 않고 이제 와서 하려고 하니 폭탄 논란이 생기는 것"이라며 "이번에도 계속해서 다른 방식으로 지원금을 주고 요금을 동결하고 이런 식으로 다 해봐야 또 언젠가는 다시 또 그것을 또 이제 올려야 될 때가 온다. 결국 지금 하냐 나중에 하냐 그 차이뿐인데 네 미룰수록 반발과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한전도 사실상 채권 한도 상향과 요금 인상을 26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한다고 하는데 미루다 보면 이자 비용도 계속 발생하고 또 나중에 국제 에너지가격이 안정되면 또 왜 올리느냐며 여론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