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송두리

dsk@ekn.kr

송두리기자 기사모음




물가 뛰고 한미 금리차 또 확대…한은, 기준금리 인상 고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02 15:02

미 FOMC 베이비스텝, 한미 금리차 1.25%p로

물가 5.2%로 뛰어...공공요금 인상 등 예고



금리 인상 필요하지만 경기는 역성장 우려

금통위원간 의견 갈려, 이 총재 캐스팅보트 쥐나

2023020201000138600005431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한은)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물가가 뛰고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23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금리를 또 올릴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1∼2월 1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가 4.5∼4.75%로 0.25%포인트 인상됐다. 미 연준은 지난해 6월부터 4번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후 12월 빅스텝(0.5%포인트 인상)과 이번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금리 인상 보폭을 줄였다.

하지만 한국의 기준금리(3.5%)와의 격차는 1∼1.25%포인트로 벌어져 한국의 금융안정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한미간 금리 차가 1.25%포인트 벌어진 것은 2000년 10월 1.5%포인트 벌어진 후 가장 큰 것이다.

미 연준은 지난해 12월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올해 금리 전망치를 5∼5.25%(중간값 5.1%)로 제시했는데, 이는 현재 대비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이날 "두어 번(couple)의 금리 인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들 간에는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의견이 3대3으로 나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인 후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3명은 최종 금리 수준을 3.5%로, 3명은 3.75%까지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한은이 금리를 현재 수준인 3.5%에서 멈추고 연준이 5%까지 금리를 높이면 금리 격차는 최대 수준인 1.5%포인트에 이른다. 미국이 금리를 더 높일 경우 이보다 더 벌어져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역대 최대 수준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큰 폭의 한미간 금리 역전이 장기간 유지될 경우 한국은 외국인 자금 유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 등을 받게 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진다.

들썩이는 물가도 변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 대비 5.2% 상승했다. 지난해 5월(5.4%) 이후 9개월 연속 5%를 웃돈 데다, 전월 상승 폭 대비 0.2%포인트 더 올랐다. 특히 전기·가스·수도가 28.3%나 급등해 2010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4·7·10월에 이어 전기요금이 인상된 영향을 받았다. 앞으로 교통 등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라 물가 상승률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이달 물가 상승률도 5%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간 금리 격차 확대와 물가 상승으로 한은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최근 역성장 우려가 커지면서 한은이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졌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으로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에도 역성장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정부는 경기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정보기술(IT) 경기 개선 등으로 하반기에는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오히려 중국 등 글로벌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디고 높은 금리와 물가, 위축된 소비가 쉽게 반등하기 어려워 하반기로 갈 수록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말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높이면서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2%에서 1.7%로 낮췄다.

한은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두고 금통위원들 견해가 팽팽한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는 의장인 이창용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쥘 가능성도 있다.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다수 의견을 얻지 못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이 총재의 판단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ds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