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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에너지전환포럼 이사 |
기록적인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긴 파키스탄, 기상관측 이래 처음으로 40도를 넘긴 영국, 스키장이 풀밭이 되어버린 스위스,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를 연상시킨 텍사스 한파 등 전 세계가 극단적인 이상기후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2022’ 보고서를 발표했다. 향후 5년 동안 재생에너지가 신규 설치되는 발전설비의 90%를 차지하게 되며 2400GW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전량 중 재생점유율은 2021년 28%에서 2027년까지 38%로 늘면서 2025년 초반에 석탄을 추월해 세계 최대 발전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가장 빠르게 증가할 부문으로 태양광을 지목했다. 태양광발전 누적 설비용량은 향후 5년 동안 약 3배인 1500GW까지 증가하면서 2026년에는 천연가스 발전 설비용량을 초과하고, 2027년에는 석탄발전 설비용량까지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2년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로 인한 에너지 위기로 전 세계가 힘든 한해였다. 반면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재생에너지의 성장과 특히 태양광의 성장은 놀라움을 넘어 태양광 메가 붐으로 불릴 만했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2022년 전세계 태양광 신규 용량 추가를 268GW로 추계했는데(2022년 원자력 발전 순증 용량은 4083GW) 2021년 183GW 대비로는 약 47% 증가한 수치이며, 지난 10년 기록한 평균 25%의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10년 뒤인 2033년 신규 설치되는 태양광은 3000GW를 넘게 된다.
태양광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은 2022년 87GW를 신규 설치했고 올해는 중국 국가에너지국(NEA) 목표 100GW를 넘어 최대 120GW까지 전망하는 등 100GW 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2030년까지 1200GW의 태양광·풍력을 추가하려는 국가 목표도 2025년 조기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27개국은 2022년에 2021년 28.1GW 대비 47% 증가한 41.4GW의 새로운 태양광을 설치했으며, ‘솔라파워유럽(Solar Power Europe)‘의 보고서 중 높은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올해는 최대 68GW, 2026년에는 119GW에 이르게 된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2021년 24.1GW에서 2022년 15.7GW로 대폭 감소했지만, 태양광에 대한 세액공제를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본격 시행되는 올해부터 전례 없는 호황을 예고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2022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175W라는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비록 실패했지만 2030 태양광 280GW라는 더 큰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있으며, 독일은 2030년 재생점유율 80%, 2035년 100% 목표와 함께 2022년 7GW 태양광 설치 목표를 달성했고 올해는 2022년 대비 57% 증가한 11GW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새해들어 지난 10일 재생에너지촉진법을 찬성 286명 반대 238명으로 통과시켰으며, 2022년까지 약 24GW의 태양광을 설치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취임 첫날 100% 재생에너지 목표 등 7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호주는 지난해 5월 노동당이 집권하면서 기존 2030년 재생점유율 목표 30%를 82%로 대폭 상향했으며 한때 기후 악당국가에서 가장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네덜란드·스페인·포르투갈·베트남·칠레 등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유럽의 ‘REPowerEU’,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재생에너지촉진법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진심을 담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거꾸로 재생에너지 목표를 줄이고 원자력을 늘리는 내용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하여 태양광 산업계는 물론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국내 태양광 제조사의 미국 IRA 8조 원 세제 혜택 소식과 다수의 해외 태양광 프로젝트 수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시작된 태양광 PF 금감원 전수조사는 국내 태양광 관련 금융시장을 경색시켰고 5년 내 태양광 신규 설치용량이 전년 대비 최대폭 하락이라는 2022년 성적표를 받아 들게 했다. 최근 한 언론사의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 태양광 시장 결산’ 시장조사를 보면 2022년 태양광 시장에 대한 정부 정책 평가에서 44.6%가 C 학점을 주며 ‘참담’, ‘형편없다’ 등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에너지 혁명 2030’의 저자 토니 세바(Tony Seba)는 2015년 내한 강연에서 ‘그린빅뱅 시대를 선점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라고 설파한 바 있다.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오늘, 태양광 메가 봄의 시대에 우리는 엄청난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