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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열 영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특권을 누리는 만큼 그에 맞는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65세가 되던 1900년 "부자인 채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많은 수익을 내고 있던 자신의 철강회사를 5억 달러에 처분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 처분한 자금으로 자선활동을 시작하여 남은 생을 ‘위대한 기부자’로 살았다.
카네기 이후 록펠러(3억 5000만 달러, 1913년), 포드(5억 달러, 1936년) 등이 이어서 기부를 통해 재단을 설립하여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과 가난한 학생들을 돕는 데 일조했다. 그 정신은 오늘날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등에 의해 면면히 계승되어 미국 사회를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고 있다.
조선시대 부자로 소문난 경주 최부잣집은 ‘300여년 간 12대를 이어온 부자’로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던 것들이 현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경주 최부잣집의 가르침인 ‘6훈(六訓)’중에서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마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내용이 있다. 이 교훈은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성경말씀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덕목들이다.
이웃 중에서 실업이나 질병이나 심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면서 우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다다가 따뜻한 친구가 되어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이웃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는 더 아름답고 훈훈해질 것이다.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는 대한민국 전라북도 전주시 노송동 주민자치센터에 20년 넘게 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그는 2000년부터 매년 연말 크리스마스 즈음에 익명으로 큰 금액을 기부해왔다. 가장 최근에 기부한 날짜는 2022년 12월 27일이며, 누적기부액은 9억 원에 달한다.
작년 12월 27일 오전 11시 1분경, 성산교회 앞 유치원 차량 아래에 상자를 놓아두었다는 중년 남성의 전화가 노송동 주민자치센터로 걸려왔다. 7600만 5580원 현금과 함께 들어 있던 편지에는 ‘대학 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 하는 전주 학생들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힘내시고 이루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 분의 기부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층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세 사례를 통해서 각박한 현실 속에서 치열한 ‘쩐의 경쟁’을 펼치는 사람들과 코로나 사태로 더 심해진 사회경제적 격차로 더 힘들게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더 곤경한 환경으로 밀어내는 사람들의 모습과 사뭇 다른 선한 이웃들의 모습을 발견해본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서 지역 간 재정 격차 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올해부터 시행되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주소지 이외의 지방자치단체에 1인당 연간 500만원 이하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을 받는 제도이다.
우리나라 보다 먼저 이 제도를 실시한 일본(고향납세제)은 2008년 81억4000만엔에서 2021년 8302억엔으로 기부액이 102배 증가하여 지역 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 정착을 통해서 지역인재 양성, 취약계층 주거 환경 개선, 지방도시육성, 지역격차해소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해결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적 나눔을 위한 국가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차원에서도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고 사회적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과 사회적 나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조례가 제정되어 사회적 안전망과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되는 따뜻한 공동체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